죽기보다 싫어도 체조 선생의 명령이라, 온 반 학생이 일제히 검은 양복 저고리를 벗어 샤츠만 입은 채로 서 있고 선생까지 벗었는데, 단 한 사람 창남이만 벗지를 않고 그대로 있었다.

"한창남! 왜 웃옷을 안 벗나?"

창남이는 얼굴을 푹 숙이면서 빨개졌다. 그가 이러기는 처음이었다. 한참 동안 멈칫멈칫하다가 고개를 들고,

"선생님, 만년 샤쓰도 좋습니까?"

"뭐? 만년 샤쓰? 만년 샤쓰란 뭐야?"

"매 매 맨몸 말씀입니다."

성난 체조 선생은 당장에 후려갈길 듯이 그의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벗어랏!"

호령하였다. 창남이는 양복 저고리를 벗었다. 그는 샤쓰도 적삼도 안 입은 벌거숭이 맨몸이었다. 선생은 깜짝 놀라고 학생들은 깔깔 웃었다.

"한창남! 왜 샤쓰를 안 입었지?"

"없어서 못 입었습니다."

그 때, 선생의 무섭던 눈에 눈물이 돌았다. 그리고 학생들의 웃음도 갑자기 없어졌다.

'가난! 고생! 아아, 창남이 집은 그토록 몹시 구차하였던가….'

모두 생각하였다.

"창남아, 정말 샤쓰가 없니?"

눈물을 씻고 다정히 묻는 소리에,

"오늘하고 내일만 없습니다. 모레에 인천에서 형님이 올라와서 사 줍니다."

"음! 그럼 웃옷을 다시 입어라!"

체조 선생은 다시 물러서서 큰 소리로,

"한창남은 오늘은 웃옷을 입고 해도 용서한다. 그리고 제군에게 특별히 할말이 있다. 제군은 다 한창남 군같이 용감한 사람이 되란 말이다. 누구든지 샤쓰가 없으면 추운 것은 둘째요, 첫째 부끄러워서라도, 결석이 되더라도 학교에 오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같이 제일 추운 날, 한창남 군은 샤쓰 없이 맨몸, 으으응, 즉 그 만년 샤쓰로 학교에 왔단 말이다. 여기 서 있는 제군 중에는 샤쓰를 둘씩 포개 입은 사람도 있을 것이요, 자켓에다 외투까지 입고 온 사람이 있지 않은가…. 물론 맨몸으로 나오는 것이 예의는 아니야. 그러나 그 용기와 의기가 좋단 말이다. 한창남 군의 의기는 1등이다. 제군도 다 그 의기를 배우란 말야."

'만년 샤쓰!'

비행사란 말이 없어지고, 그날부터 만년 샤쓰란 말이 온 학교에 퍼져서 만년 샤쓰라고만 1부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