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도 겨울, 몹시도 추운 날이었다. 손을 입에 대고 호호 부는 이른 아침에 상학 종이 치고 공부는 시작되었는데, 한 번도 결석한 일이 없는 창남이가 이 날은 오지 않았다.

"신문으로 치면 호욀세, 호외야! 아니, 글쎄 비행사가 결석을 하다니!"

"어제 저녁 그 무서운 바람에 어디로 날아간 게지!"

"아마 병이 났나 보다. 감기가 든 게지."

"이놈아, 능청스럽게 아는 체 마라."

1학년 을반은 창남이 소문으로 수군수군 야단이었다.

첫째 시간이 반이나 넘어갔을 때, 교실 문이 덜컥 열리면서 창남이가 얼굴이 새빨개 가지고 들어섰다.

학생과 선생은 반가워하면서 웃었다. 그리고 그들은 창남이가 신고 서 있는 구두를 보고 더욱 크게 웃었다. 그의 오른편 구두는 헝겊으로 싸매고, 또 새끼로 감아 매고, 또 그 위에 손수건으로 싸매고 하여 퉁퉁하기 짝이 없다.

"한창남, 오늘은 웬일로 늦었느냐?"

"예"

하고 창남이는, 그 괴상한 퉁퉁한 구두를 신고 있는 발을 번쩍 들고,

"오다가 길에서 구두가 다 떨어져서 너털거리기에 새끼를 얻어서 고쳐 신었더니, 또 너털거리고 해서, 여섯 번이나 제 손으로 고쳐 신고 오느라고 늦었습니다."

그리고도 창남이는 태평이었다. 그 시간이 끝나고 쉬는 동안에, 창남이는 그 구두를 벗어 들고 다 해져서 너털거리는 구두주둥이를 손수건과 대님짝으로 얌전스럽게 싸매어 신었다. 그러고도 태평이었다.

날이 따뜻해도 귀찮은 체조 시간이, 이처럼 살이 터지도록 추운 날이었다.

"어떻게 이 추운 날 체조를 한담."

"또 그 무섭고 딱딱한 선생이 웃통을 벗으라고 하겠지…. 아이구 아찔이야."

하고 싫어들 하는 체조 시간이 되었다. 원래 군인으로 다니던 성질이라 무뚝뚝하고 용서 없는 체조 선생님이 호령을 하다가 그 괴상스러운 창남의 구두를 보았다.

"한창남! 그 구두를 신고도 활동할 수 있나? 뻔뻔스럽게…."

"예,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이것 보십시오."

하고 창남이는 시키지도 않은 뜀도 뛰어 보이고, 달음박질도 하여 보이고, 제자리걸음도 부지런히 해 보였다. 체조 선생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음! 상당히 치료해 신었군!"

하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호령을 계속하였다.

"전열만 세 걸음 앞으로옷!"

"전후열 모두 웃옷 벗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