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시간이었다.

"이 없는 동물이 무엇인지 아는가?"

선생이 두 번씩 거푸 물어도 손드는 학생이 없더니, 별안간 '옛' 소리를 지르면서 기운 좋게 손을 든 사람이 있었다.

"음, 창남인가? 어디 말해 봐."

"이 없는 동물은 늙은 영감입니다."

"예끼!"

하고 선생은 소리를 질렀다. 온 방 안 학생이 깔깔거리고 웃어도, 창남이는 태평으로 자리에 앉았다.

수신 시간이었다.

"성냥 한 개비의 불을 잘못하여 한 동네 30여 집이 불에 타 버렸으니, 성냥 단 한 개비라도 무섭게 알고 주의해야 하느니라."

하고 열심으로 설명을 해 준 선생이 채 교실 문 밖도 나가기 전에,

"한 방울씩 떨어진 빗물이 모여 큰 홍수가 되는 것이니, 누구든지 콧물 한 방울이라도 무섭게 알고 주의해 흘려야 하느니라."

하고 크게 소리친 학생이 있었다. 선생은 그것을 듣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웃다가 참고 돌아서서,

"그게 누구냐? 아마 창남이가 또 그랬지?"

하고, 억지로 눈을 크게 떴다. 모든 학생들은 킬킬거리고 웃다가 조용해졌다.

"예, 선생님이 안 계실 줄 알고 제가 그랬습니다. 이 다음엔 안 그러지요."

하고 병정같이 벌떡 일어서서 말한 것은 창남이었다. 억지로 골 난 얼굴을 지은 선생은 기어이 다시 웃고 말았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빙그레 웃고는 그냥 나가 버렸다.

"아하하하하…"

학생들은 일시에 손뻑을 치면서 웃어댔다.

00고등 보통학교 1년급 을반 창남이는 반 중에 제일 인기 좋은 쾌활한 소년이었다.

이름이 창남이요, 성이 한가이므로, 비행사 안창남(安昌男)과 같다고 학생들은 모두 그를 보고,

"비행사, 비행사."

하고 부르는데, 사실상 그는 비행사같이 시원스럽고 유쾌한 성질을 가진 소년이었다.

모자가 다 해졌어도 새 것을 사 쓰지 않고, 양복 바지가 해져서 궁둥이에 조각을 붙이고 다니는 것을 보면 집안이 구차한 것도 같지만, 그렇다고 단 한 번이라도 근심하는 빛이 있거나 남의 것을 부러워하는 눈치도 없었다.

남이 걱정이 있어 얼굴을 찡그릴 때에는 우스운 말을 잘 지어내고, 동무들이 곤란한 일이 있을 때에는 좋은 의견도 잘 꺼내 놓으므로, 비행사의 이름은 더욱 높아졌다.

연설을 잘 하고 토론을 잘 하므로 갑 조하고 내기를 할 때에는 언제든지 창남이가 혼자 나아가 이기는 셈이었다.

그러나 그의 집의 정말 가난한지 넉넉한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고, 가끔 그의 뒤를 쫓아가 보려고도 했으나, 모두 중간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왜 그런고 하면, 그는 날마다 20리 밖에서 학교를 다니기 때문이었다.

그는 가끔 우스운 말을 하여도, 자기 집안 일이나 자기 신상에 관한 이야기는 말하는 법이 없었다. 그런 것을 보면 입이 무거운 편이었다.

그는 입과 같이 궁둥이가 무거워서, 철봉 틀에서는 잘 넘어가지 못하여 늘 체조 선생께 흉을 잡혔다. 하학한 후, 학생들이 다 돌아간 다음에도 혼자 남아 있다가 철봉 틀에 매달려 땀을 흘리면서, 혼자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을 동무들은 가끔 보았다.

"이애, 비행사가 하학 후 혼자 남아서 철봉 연습을 하고 있더라."

"땀을 뻘뻘 흘리면서 혼자 애를 쓰더라."

"그래, 이제는 좀 넘어가든?"

"웬걸, 한 2백 번이나 넘도록 연습하면서, 그래도 못 넘어가더라."

"그래, 맨 나중에는 자기가 자기 손으로 그 누덕누덕 기운 궁둥이를 자꾸 때리면서, '궁둥이가 무거워, 궁둥이가 무거워' 하면서 가더라!"

"제가 제 궁둥이를 때려?"

"그러게 괴물이지…."

"아하하하하하…."

모두 웃었다. 어느 모로든지 창남이는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