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정처 없이 길을 떠났다. 그는 자기 앞에 펼쳐진 경치에도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최고의 속력으로 며칠간이나 계속 말을 몰았다. 그리고 바위 사이로 난 꼬부랑길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아무리 해도 거기를 빠져나가는 길을 찾을 수 없었다. 한참을 그러다가 그는 어떤 늙은 농부를 만났다. 그 농부는 그에게 폭포 앞으로 지나가는 좁은 길을 가르쳐주었다. 고맙다는 뜻으로 동전을 몇 푼 주려고 했지만, 농부는 거절했다.

"틀림없다." 에크벨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 사람은 다름 아닌 발터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또 다시 나의 망상에 불과한 것일까?"... 그러면서 그가 다시 한 번 뒤돌아보았을 때, 그것은 틀림없는 발터였다... 에크벨트는 말에 박차를 가하여 최대한 빨리 달려, 초원을 지나고 숲을 지났다. 마침내 말은 지칠 대로 지쳐 그를 태운 채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그러나 에크벨트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걸어서 여행을 계속했다.

그는 꿈을 꾸듯이 어떤 언덕을 올라갔다. 가까이서 개 짖는 소리가 힘차게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 소리와 섞여서 자작나무가 살랑거렸고, 이상한 목소리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숲의 적막이


다시 나를 기쁘게 한다


내겐 슬픔이 일지 않고


여기엔 시기가 없다


기쁨이 새로워라


숲속의 적막

 

이제 에크벨트는 모든 의식과 감각을 잃어버렸다. 그는 지금 자기가 꿈을 꾸고 있는 건지, 아니면 이전에 베르타라는 여인의 꿈을 꾸었던 건지 마치 수수께끼 같았다. 가장 이상한 것이 가장 평범한 것과 뒤범벅이 되었다. 그를 둘러싼 세계가 마술에 걸려서 그는 생각도 추억도 마음 먹은 대로 할 수 없었다.

등이 휘어진 어떤 꼬부랑 할머니가 기침을 하면서 지팡이를 짚고 언덕을 기어올라와 그에게 다가왔다.

"내 새를 가지고 왔어? 내 진주는? 내 개는?" 할머니가 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봐라, 나쁜 짓을 하면 스스로 벌을 받게 되느니라. 내가 바로 너의 친구 발터였고, 또 후고였다."

"오오, 주여!" 에크벨트는 나지막하게 혼자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엄청난 고독 속에서 나의 생애를 보내왔다는 말인가."

"그리고 베르타는 너의 누이동생이었다."

에크벨트는 땅바닥에 쓰러졌다.

"어째서 그 처녀는 나를 속이고 떠났단 말인가? 그러지 않았다면, 모든 일이 좋게 잘 되었을 텐데. 베르타의 시련은 알다시피 이미 거의 다 지났었지. 그 애는 어떤 기사의 딸이었어. 기사는 그 애를 양치기의 손에 맡겨 자라게 했던 것이야. 그 아이는 네 아버지의 딸이란 말이야."

"어째서 나는 이 무서운 생각을 언제나 예감하고 있었을까?" 에크벨트는 외쳤다.

"네가 아주 어렸을 때, 네 아버지가 언젠가 그 말을 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지. 너의 아버지는 자기 부인, 네 어머니 때문에 이 딸을 자기 슬하에서 키울 수 없었던 것이야. 이 딸은 다른 여자에게서 태어났으니까."

에크벨트는 이미 미쳐버렸다. 그는 죽어가면서 땅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멍하게 머리가 혼란해진 채, 그는 할머니가 말하고 개가 짖고, 새가 되풀이해서 노래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