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넉살 좋은 여자라고 보시지 않을까 두렵군요." 베르타는 말문을 열었다.
"저의 남편은, 선생님이 훌륭한 생각을 가진 분이기 때문에, 선생님에게는 무언가 숨길 필요가 없다고 그러시더군요. 지금부터 하는 얘기가 아무리 이상하게 들린다 할지라도, 절대로 동화라고는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나는 어느 시골에서 가난한 양치기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우리집은 너무 가난해서 부모님은 양식을 구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배고픈 것보다 제게 훨씬 더 괴로웠던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종종 가난 때문에 다투다가 서로 지독한 욕을 퍼부으며 싸우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나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미련하고 어리석은 애라고 늘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실제로 나는 지독하게 재주가 없고 야무지지 못했습니다. 항상 실수투성이에다, 바느질도 물레질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집안 일은 무엇 하나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부모님이 가난 때문에 겪는 고통은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가끔 나는 방 한구석에 앉아 내가 갑자기 벼락부자가 되어 부모님을 도와드리고 그들에게 금은보화를 한아름씩 안겨 드리는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그들을 놀라게 해서 그 모습을 보는 즐거운 상상으로 머리가 가득 찼던 것입니다. 그럴 때면 홀연 눈앞에 요정이 나타나는 것 같고, 그 요정이 지하의 보물을 찾아주고 보석으로 변하는 작은 돌멩이들을 주는 상상을 했습니다.
한 마디로 나는 멋들어진 공상에 잠겨 살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무언가 실제 생활에서 남을 돕거나 물건을 나르기 위하여 자리에서 일어서야 할 때면 머리가 어지러웠습니다. 그 때문에 내 모습은 더욱 서투르게 보였을 겁니다.
우리 아버지는, 내가 전혀 쓸모없는 집안의 짐덩어리라며 언제나 나에게 화를 내곤 했습니다. 아버지는 나를 학대하기 일쑤였고, 나는 아버지로부터 다정한 말을 들어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이렇게 나는 여덟 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젠 정말 무엇이든 일을 하거나 배워야 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내가 빈둥빈둥 놀며 세월을 보내는 것은 나의 고집이나 게으름 탓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아버지는 무척 끈질기게 나를 협박하고 겁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위협은 아무 효과도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마침내 '너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으니까 날마다 이런 벌을 받아야 한다'며 무자비하게 나를 다그쳐댔습니다..
그날 나는 밤새도록 울었습니다. 버림받은 듯 무척 쓸쓸한 느낌이었고 나 자신이 너무나 가엾어서 죽고 싶을 심정이었습니다. 날이 밝는 것이 두려웠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사실 무슨 일이든지 익숙하게 잘하고 싶었어요. 어째서 나는 주변의 다른 애들보다 멍청한 것인지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나는 거의 절망 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날이 밝아오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들의 작은 오두막집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넓은 들에 나서서, 곧 햇볕이 잘 들어오지도 않는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피곤한 줄도 모르고 줄곧 달렸습니다. 아버지가 지금이라도 뒤쫓아와서 나를 도로 붙들어다 놓고, 내가 도망치려 한 것 때문에 더욱 화를 내고 학대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