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근본 원칙에 어긋나는 문제였다. 챈퍼넌은 그런 점에서 이런 현상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지난 몇 주일 동안 그의 머리 속에서는 핸더슨 문제가 떠나지 않았다. 그는 이 학생을 좋아해 보려고 무척 노력했다. 그와 친해지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될 수 없었다.
이 소년은 아무 이유도 없이 끈질기게 그를 조롱했다. 더욱 곤란한 것은 그러면서도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교묘하게 피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이 학생을 지나치게 미워하거나 마음에 둘 필요는 없다고 챈퍼넌은 스스로를 타이르곤 했다. 이것은 근본 원칙이란 점에 근거해서 접근해야 할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가 예측한 대로 핸더슨은 시합이 끝난 다음 날에도 용케 구실을 대고 오후 보충 수업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베번 교장 선생과 만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챈퍼넌은 화가 치밀어 견딜 수 없었다. 그는 점심 시간 후 교장실로 들어갔다. 그는 꾸벅 인사를 하고 나서 말도 꺼내기 전부터 그만 귀 밑까지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어서 오시오." 아직 젊으면서도 대머리가 벗겨진 교장은 그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마 지난 번 그 문제겠지요?"
챈퍼넌은 흥분을 억눌렀다. 그는 처음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교장은 크리켓을 좋아했다. 그래서 크리켓을 잘하는 핸더슨이야말로 손을 댈 수 없는 마치 금단의 열매처럼 소중하게 여겼다. 게다가 이 소년은 지난 번 시합에서 무려 74점이나 따내지 않았는가.
"좋습니다." 잠시 후 챈퍼넌은 말했다. "교장 선생님 마음대로 하십시오. 그러나, 학생을 차별 대우하시면 저는 담임한 학급을 다루기 힘들게 됩니다. 특히..."
교장은 고개를 들었으나 굳이 그 말에 반박하려고 들지는 않았다.
"차별 대우라고 말할 것까지는 없겠지요, 챈퍼넌 선생."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학생들은 이해할 겁니다. 오해 같은 건 하지 않을 거에요."
"교장 선생님, 하지만 저는 이번 일로 무척 난처해졌습니다."
"챈퍼넌 선생, 너무 지나치게 생각하시는 겁니다." 교장은 따뜻한 말투로 얘기했다.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을 너무 크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역시 잘못된 생각입니다."
챈퍼넌은 창백한 얼굴로 도전하듯 버티고 서 있었다.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교장 선생님."
"무슨 일 말입니까?"
"두 주일 전에 핸더슨이 숙제를 안 해 와서 제가 수업이 끝난 후 남겨 놓았습니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 교장 선생님이 그 학생을 용서해 주셨습니다. 그러니까 그 학생은 더 우쭐해졌단 말입니다. 그 놈은 요즘 공공연히 제게 도전해 오고 있습니다. 핸더슨이나, 그리고 다른 학생들까지도 교장 선생님이 그를 감싸주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교장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획 돌아 앉았다.
"좋소! 잘 알았습니다." 교장은 고개만 이쪽으로 돌리고 도전하듯 말했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챈퍼넌 선생, 마음대로요!"
숙제 - 2. 근본 원칙의 문제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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