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주들의 수호신인 성 엘르와의 축제가 코앞에 닥쳐왔다.

이날은 농가들 모두에게 무척 즐거운 날이었다... 모두들 샤또오뇌프 술을 실컷 마실 수 있고 포도 시럽도 마음껏 먹을 정도로 풍성하게 나온다. 밀 타작 마당에서는 폭죽이 터지고 모닥불이 기세 좋게 타오르며, 팽나무에는 온통 형형색색의 등불을 걸어 놓는다...

성 엘르와 만세! 모두들 지쳐 쓰러질 때까지 파랑돌 춤을 춘다. 동생은 새로 만든 작업복을 불에 태우며 놀았다... 장 스스로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어머니에게도 춤을 추자고 했다. 어머니는 기분이 유쾌해져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밤이 깊어지자 모두들 잠자리로 들어갔다. 누구나 졸려서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장만은 잠들지 않았다. 나중에 동생이 한 얘기를 들어보면 장은 밤에 일어나 앉아 혼자서 울었다는 것이다... 아아! 정말 그는 무척이나 괴로웠던 모양이다...


다음 날 아침, 날이 샐 무렵. 어머니는 누군가 자기 침실 앞을 지나가는 발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무언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소리쳤다.

"장이냐?"

장은 그러나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층계를 오르고 있었다. 당황한 어머니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 지금 어딜 가는 거냐?"

그는 이미 다락방에 올라가 있었다. 어머니가 그 뒤를 쫓았다.

"무슨 일이야? 도대체 뭘 하는 거야?"

그는 문을 닫고 안에서 빗장을 질렀다.

"장, 우리 장아, 대답을 하려므나. 도대체 왜 그러는 거니?"

그녀는 손을 떨면서, 늙은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문고리를 더듬어 찾았다... 그때 창문이 열리면서 뜰에 깐 포석 위로 무언가 털썩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뿐이었다...

그 가엾은 젊은이는 이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그 여자를 도저히 잊을 수 없다... 이럴 바엔 차라리 죽어버리자.'

아! 우리네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애정이라는 것! 아무리 상대를 경멸하려 해도 애정을 단념할 수 없다는 것은 정녕 이상한 일이 아닌가!

그날 아침, 마을 사람들은 서로 만나 수군거렸다.

엊저녁 에스떼브 영감님 집에서 누가 그렇게 큰 소리로 울었느냐고.

그것은 뜰에서, 이슬과 피에 범벅이 된 포석 위에서 가슴을 풀어헤친 어머니가 죽은 아들을 두 손에 껴안고 뼈를 깎는 것처럼 서글프게 운 바로 그 소리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