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앗간에서 내려와 마을로 가노라면 길가에 서 있는 어떤 농가를 지나게 된다. 그 집은 넓은 정원에 팽나무가 심어져 있고, 어느 모로 보나 전형적인 프로방스 지방 소지주의 집이다. 붉은 기와를 얹었고, 넓은 갈색 벽에는 창문이 여기저기 열려 있었다. 창문보다 더욱 높이 올라간 곳에는 바람개비와 짚더미를 실어 올리는 활차(滑車)가 있었다. 그리고 건초더미가 삐어져 나와 있었다...

왜 이 집이 내 마음을 잡아당기는 것일까? 어째서 그 닫힌 출입문이 내 가슴을 쥐어뜯는 것일까? 무어라고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이 집은 나를 뭔가 오싹하게 만드는 점이 있었다. 주위도 무척 조용하기만 했다... 집 앞을 지나가도 개가 짖지 않고 암탉은 우는 소리도 내지 않고 솟구쳐 날아오르곤 했다...

집안에서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만약 창마다 흰 커튼이 드리워져 있지 않고, 지붕 위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는다면 아마 텅 빈 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제 정오 종소리가 울릴 무렵, 나는 마을에서 돌아오는 길에 눈부신 햇살을 피하려고 이 농가의 울타리 곁 팽나무 그늘 밑으로 바싹 붙어서 걷고 있었다... 그 집 앞 길에서는 남자들이 말없이 짐마차에 건초 더미를 거의 다 실은 모양이었다.

출입구는 열려 있었다. 그곳을 지나며 슬쩍 보았더니 뜰 안쪽에 새하얗게 센 키 큰 노인이 보였다. 노인은 두 손으로 턱을 고인 채 돌로 만든 커다란 테이블에 팔꿈치를 올려놓고 있었다. 노인은 머리가 짧은 저고리에 낡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사나이 중 하나가 아주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쉿! 우리 주인 영감이지요... 아들에게 그런 불행한 일이 있은 뒤부터 언제나 저 모양이랍니다."

그때, 상복(喪服)을 입은 여자와 작은 소년 하나가 책갈피를 금색으로 물들인 두꺼운 성경을 손에 들고 우리들의 옆을 스쳐 지나가 집안으로 들어갔다.

사나이가 다시 말했다.

"... 미사에 참석했다가 돌아오는 주인 마님과 둘째 아드님이지요. 맏아들이 자살한 뒤로는 매일같이 미사에 나가지요... 그래요, 주인 어른께서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소? 우리 주인 어른이 입고 있는 옷도 죽은 장남의 것이랍니다. 사람들이 아무리 그 옷을 벗기려고 해도 막무가내라니, 어이, 이랴 쯧쯧!"

마차는 덜컹 흔들리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듣고 싶었다. 그래서 마차 위 사나이에게 부탁하여 건초 더미를 실은 마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나는 그 마차 위 건초더미에 파묻혀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었던 것이다...


아들의 이름은 장이라고 했다. 스무 살이나 먹은 훌륭한 농부였지만 또 얼굴이 소녀처럼 예쁜 남자였다. 몸이 건장하고 얼굴 표정은 밝았다. 굉장한 호남자여서 모든 여자들이 그를 노렸지만, 본인은 어떤 한 여자에게만 마음을 두고 있었다. - 빌로도와 레이스로 몸을 치장한 아를르의 어떤 젊은 여자였다.

그는 오래 전에 아를르의 리스 거리에서 그녀를 만난 적이 있었던 것이다. - 그의 집에서는 처음에 두 사람의 관계를 그다지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여자가 바람둥이라는 소문이 있었던데다 여자의 부모도 이 고장 토박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장은 어떻게 해서라도 그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말하곤 했다.

"그 여자를 아내로 맞지 못한다면 나는 차라리 죽어버리겠다."

그래서 가족들도 어떻게 말릴 방법을 찾지 못하고 추수가 끝나면 두 사람을 결혼시킨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일요일 저녁, 집의 뜰에서 온 가족이 저녁 식사를 막 끝냈을 때였다. 그 식사는 마치 결혼식 피로연이나 마찬가지였다. 약혼녀는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아 없었지만 가족들은 모두들 진심으로 그 여자를 위해 축배를 들었다...

바로 그때에어떤 사나이가 문 앞에 나타났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에스떼브 영감님, 그 영감님 한 분에게만 할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에스떼브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