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시 빌브로는 한 방 먹은 것처럼 잠자코 있었다. 지금까지 두 사람 사이에서는 위자료 얘기 따위는 전혀 없었던 것이다. 여자들은 언제나 생각치도 못했던 섬찟한 문제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베나자 위더프 판사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판사로서 자신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판례집 같은 곳에도 위자료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없다. 그러나 여자는 지금 맨발이다. 그리고 호그백 산으로 가는 길은 가파르고 돌멩이 투성이였다.

판사는 엄숙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리엘라 빌브로, 본 법정에 제출한 이 사건에서 도대체 얼마 정도면 위자료로 충분하고 타당하다고 여기는가?"

그녀는 대답했다. "신발하고 다른 것들을 사려면, 5달러는 있어야 합죠. 위자료라고 할 수도 없는 돈이지만, 그 정도만 있으면 에드 오빠에게 갈 수는 있겠습지요."

판사는 말했다. "그 정도 금액이라면, 부당하다고 할 수 없지. 랜시 빌브로, 본 법정은 이혼의 판결을 내리기 전에, 그대가 원고에게 5달러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한다."

"전 이제 더 이상 돈이 없습니다요." 랜시가 괴로운 듯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가진 것은 몽땅 판사님께 드렸으니 말입죠."

"만일 돈을 내지 않는다면…" 판사는 안경 너머로 피고를 정색을 하고 노려보며 말했다. "그건 법정 모독죄라고 할 수 있다."

"내일까지 시간을 주시면 말입죠…" 남편은 애원했다. "어디선가 돈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위자료를 줘야 하는 건 생각도 못했지 뭡니까."

베나자 위더프는 말했다. "이 사건은 내일까지, 두 사람이 함께 출두하여 본 법정의 명령에 따를 때까지 연기한다. 이혼 판결서는 그 결과를 지켜본 연후에 교부하기로 한다." 그리고 나서 판사는 다시 문 옆에 앉아서 구두끈을 풀기 시작했다.

"우리는 지아 아저씨네 집에 가서 자는 게 좋겠어." 랜시가 말했다. 그는 수레 한쪽으로 올라 앉고, 아리엘라는 그 반대편으로 올라탔다. 그가 줄을 흔들자 작은 소는 길을 빙 돌아 방향을 바꾸었다. 그리고 달구지는 바퀴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서서히 사라져갔다.

치안판사 베나자 위더프는 파이프 담배를 피웠다. 오후 느즈막이 되자 그는 주간신문을 펼쳐 들고 주위가 어두워져 글씨가 잘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읽었다. 달이 떠서 저녁 식사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릴 때까지 그는 테이블 위에 촛불을 켜고 신문을 계속 읽었다. 그는 포플러 나무가 자라는 산비탈 근처 통나무집에 살고 있었다.

그는 저녁식사를 하려 집으로 가는 도중에 월계수 덤불 근처 어둑어둑한 작은 개울을 건넜다. 검은 사람의 그림자가 월계수 사이에서 걸어나와 치안판사의 가슴에 라이플을 겨누었다. 그 사람은 모자를 푹 내려쓰고 얼굴의 대부분을 가리고 있었다.

그 그림자는 말했다. "돈을 내놓으란 말여, 잔말 말고. 여차직 하면 그냥 갈겨버릴 테니께."

"나, 나는 … 딱 오, 오, 오 달러밖에 없는데…" 판사는 더듬대면서 호주머니에서 지폐를 끄집어냈다.

사내가 명령했다. "그걸 똘똘 말으란 말여… 그리고 그걸 여기 총구멍에다 꽂으란 말여!"

지폐는 아직 새것이고 빳빳했다. 그래서 비록 손가락이 덜덜 떨리기는 했지만, 그걸 돌돌 말아 총구에 집어넣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강도는 말했다. "자, 이제 됐으니께 빨랑 꺼지더라고!"

판사는 거기서 어물어물하고 있지는 않았다.

다음날 작은 소가 달구지를 끌고 사무실 입구로 다가왔다. 치안판사 베나자 위더프는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들이 방문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지켜보는 앞에서 랜시 빌브로는 그의 아내에게 5달러짜리 지폐를 건네주었다. 판사의 눈이 그것을 보고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그 지폐는 마치 총구멍에 꽂아 넣었던 것처럼 돌돌 말려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판사는 그런 말을 입밖에 꺼내지는 않았다. 다른 지폐가 그렇게 말려 있어서는 안된다는 법이라도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판사는 두 사람에게 각각 이혼 판결서를 내 주었다. 자신들의 자유를 보증해주는 그 종이를 서서히 접으면서 두 사람은 각자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여자는 아주 조심스럽게 수줍은 눈길을 랜시에게 던졌다.

"당신은 이제 달구지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겠지." 그녀는 말했다. "선반 위 깡통 속에 빵이 들어 있어요. 베이컨은 개가 훔쳐먹지 못하도록 냄비 속에 넣었구요. 밤에 시계 밥 주는 것 잊지 말아요."

"당신은 에드 오빠에게 갈 참이지, 그렇지?" 랜시는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이 물었다.

"밤이 될 때까지는 거기에 가야 해요. 그 집 식구들이 뭐 나를 떠들석하게 맞아주지는 않겠지만, 달리 갈 곳도 없으니까요. 아무래도 거기 가는 수밖에 없잖아요? 이제 작별 인사를 해야죠, 랜스? 당신이 그런 말을 듣고 싶어할 테니까…"

마치 순교자와도 같은 목소리로 랜시가 말했다. "이별 인사도 하지 않는 개 같은 자식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구? 글쎄 당신이 그런 말 듣기도 싫을 만큼 빨리 떠나고 싶다면 모르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