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판사 베나자 위더프는 낡은 파이프로 담배를 피우며 사무실 문 옆에 걸터앉아 있었다. 청회색 컴버랜드 산맥이 시야의 거의 절반을 가린 채 오후의 안개 속에 솟아 있었다. 얼룩무늬 암탉이 바보처럼 꼬꼬댁거리면서 가슴을 펴고 개척지 마을의 한가운데 신작로를 걸어갔다.
길 아래쪽에서 달구지 바퀴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 안 있어 먼지가 서서히 피어오르면서 랜시 빌브로가 마누라를 달구지에 태우고 가까이 다가왔다. 달구지는 치안판사의 사무실 앞에 멈추고, 두 사람이 내렸다. 랜시는 고동색 피부에 머리카락이 노란, 키 6피트에 비쩍 마른 사나이였다. 마치 산처럼 태연자약한 태도가 일종의 갑옷처럼 그를 에워싸고 있다.
여자는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말끔하게 빗질을 한 모습이었다. 뭔가 알 수 없는 욕망 때문에 지쳐버린 것 같다. 여자의 모습은 경솔하게 잃어버린, 이제 희미한 빛의 흔적만 남은 젊음을 억울해하고 항의하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치안판사는 벗어 놓았던 신발에 발을 집어넣고 위엄을 차려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을 맞이하려고 걸어나갔다.
"저희들 둘은…" 여자가 말했다. 소나무 가지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소리 같은 목소리였다. "이혼하고 싶어유." 이렇게 말하면서 여자는 랜시를 슬쩍 쳐다봤다. 남편은 그녀의 설명에 무슨 잘못이나 애매한 점, 변명, 편파적인 것, 자기 입장 강변 따위가 없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이것은 두 사람 공통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혼 말입니다요…" 랜시가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되풀이했다. "저희 둘은 말입죠, 이젠 도저히 함께 살 수가 없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좋아할 때는 말입죠, 산에서 외롭게 살아도 괜찮다 그 말씁입죠. 하지만 말입니다, 계집이란 물건이 집에서 들고양이처럼 앙앙거리기나 하고, 올빼미처럼 볼을 불퉁거리고 있으면 안되죠. 남자가 함께 살 이유가 전혀 없다 그 말씀입죠, 그러니깐."
"그런데 남편이란 작자가 시시하고 쓰잘 데 없는 물건이라 이거죠." 여자가 별로 화를 내는 기색도 없이 말했다. "양식이나 축내는 작자들, 술집에서 빈둥거리는 놈팡이들과 어울려서 말이죠, 라이 위스키나 옥수수 위스키 따위나 마시고 다닌다 그 말씀이에요. 게다가 말라빠진 똥개들을 몇 마리씩 데려다가 집에서 키우라며 사람을 성가시게 해서야 어디 견딜 수가 있어얍죠?"
"계집이 노상 남비 뚜껑이나 집어던지고 말입니다…" 이번에는 랜시가 반박할 차례였다. "컴버랜드 일대에서 제일 훌륭한 곰 사냥개에게 뜨거운 물을 끼얹지를 않나, 남편 밥상 차려주는 것도 싫어하고, 노상 남편 하는 일에 바가지나 긁어대면서 밤에 잠도 못 자게 한다면 이것도 영 빌어먹을 노릇입죠, 암 그렇구 말구요…"
"그런데 남편이란 작자가 노상 세무서 사람들과 싸움질이나 하구 말입죠, 이 산골짜기 일대에서 꼴 보기 싫은 놈이라고 소문이 난다면 말이죠, 밤에 편하게 자기 힘들 건 뻔한 일 아니겠어요?"
치안판사는 의젓하게 자신의 업무에 착수했다. 민원인들을 위해 하나밖에 없는 의자와 나무 받침대를 내놓았다. 그리고 테이블에 법령집을 펼치고 조심스럽게 관련 조항을 찾았다. 그리고 그는 안경을 닦으며 필기 도구를 옆으로 치웠다.
"이 법정에 관한 법률이나 조항에는, 이혼 문제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도 없다네. 하지만 형평에 관한 법률, 그리고 헌법이나 기타 상식에 의거해볼 때, 서로 관련된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할 수 있지. 치안판사에게 남자와 여자를 결혼시킬 권한이 있다면 말이지, 당연히 두 사람을 이혼시킬 수도 있다 그 말씀이지. 따라서 본 법정은 이 이혼이 이뤄진 것으로 판결하며, 대법원에서도 유효한 결정으로 인정할 수 있다네."
랜시 빌브로는 바지 주머니에서 조그마한 담배 쌈지를 끄집어냈다. 그리고 그걸 흔들어서 테이블 위에 5달러짜리 지폐를 내놓았으며 덧붙였다. "이건 곰 가죽하고 여우를 두 마리 판 돈입죠, 가진 거라곤 이것 뿐입니다."
"본 법정이 규정한 이혼 수수료는…" 치안판사는 말했다. "5달러이다." 그는 평상시와 전혀 다르지 않은 태도로 지폐를 홈스펀 조끼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판사는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고, 머리를 쥐어짜서 반절지에 이혼 판결을 쓰고, 그것을 또 다른 종이에 베껴 적었다. 랜시 빌브로와 그의 아내는 자기들이 이제 자유롭다고 선언하는 문서를 판사가 낭독하는 것을 귀를 기울여 들었다.
-테네시 주 피에몬트 카운티
치안판사 베나자 위더프"
판사는 증명서 한 통을 랜시에게 건네주려고 했다. 그때 아리엘라의 목소리가 그것을 막았다. 두 남자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존엄하고 멍청한 두 남성이 갑자기 한 여자가 제기한 뜻밖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판사님, 아직 저 사람에게 그 증서를 주지 마세요. 아직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라구요. 우선 제가 받을 걸 받아야지요. 위자료란 게 있잖아요. 사내가 이혼하면서 마누라에게 한푼도 주지 않는 법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전 호그백 산에 있는 오빠 에드에게 가려고 합니다. 전 신발도 한 켤레 있어야 하구요, 담배와 또 다른 것들도 조금 있어야 합니다. 랜스가 저랑 이혼하려면 위자료를 제가 줘야 한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