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추수꾼

The Solitary Reaper

 

 

보라, 들 가운데 홀로

추수하며 노래하는

저 외로운 고원의 처녀를!

걸음을 멈춰라, 아니면 차라리 조용히 지나가라!

그녀 홀로 곡식을 베고 묶으며

구슬픈 노래 부르니 ;

오 들으라! 깊은 골짜기마다

노래소리 넘쳐 흐르네



아라비아 사막

지쳐 어느 그늘에서 휴식하는 여행객의 무리들도,

이보다 더 환영해주는

나이팅게일의 노래 들은 적 없으리라 :

머나먼 헤브리디즈의 섬들 사이를

바다의 적막을 깨뜨리며 나는

봄의 꾀꼬리들도 이렇게

영감 가득찬 노래 부른 적 없나니



아무도 말해줄 이 없는가, 지금 그녀가 무엇을 노래하는지?

어쩌면 저 구슬픈 노래는

먼 옛날의 불행했던 어떤 사건

오래된 전쟁의 이야기를 읊는 것인지도 모른다 :

아니면 그보다 더 가까운 노래,

요사이 있었던 어떤 일일까?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또다시 있을지 모르는

피할 수 없는 어떤 슬픔, 어떤 상실감, 어떤 고통일까?



무엇을 노래하건, 그 처녀는 노래했다

그 노래에 마치 끝이란 없다는 듯 ;

나는 그녀가 일을 하며

낫을 들고 몸을 구부리며 노래부르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귀를 기울였다, 꼼짝도 하지 않고 조용히 ;

그리고, 내가 언덕 위로 올라가고,

그 노래 소리 들리지 않은지 오래건만

그 노래는 내 마음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편집자 주 : 워즈워스가 스코틀랜드 고원 지방을 여행할 때 어느 시골 처녀가 노래하는 것을 듣고 쓴 시. 그녀가 노래하는 내용을 시인이 알아듣지 못한 것은 그것이 스코틀랜드 언어인 게일 언어(Gaelic)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