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가 늘 목에 두르는 금빛 목도리를 풀어냈다. 그리고 그의 관자놀이를 적셔 주고 물을 먹여 주었다. 이제는 그에게 아무것도 물을 수 없었다. 그는 나를 엄숙하게 바라보더니 두 팔로 내 목을 끌어안았다. 그의 가슴이 총에 맞아 죽어가는 새처럼 뛰는 것을 느꼈다. 그는 말했다.

"아저씨가 비행기 고장을 찾아내서 기뻐. 아저씨는 이제 집에 갈 수 있을 거야..."

"어떻게 알았니!"

나는 비행기 수리에 뜻밖에 성공했다는 말을 막 하려던 참이었다!

그는 내 물음에는 대답 않고 이렇게 덧붙였다.

"나도 오늘 내 집으로 돌아가..."

그리고는 쓸쓸하게 말했다. "훨씬 더 멀구... 훨씬 더 어려워..."

무언가 심상찮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를 아기처럼 품에 꼭 안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내가 어떻게 붙잡을 새도 없이 끝없는 구멍으로 곧장 떨어져가는 것 같았다...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먼 데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아저씨가 준 양이 있어. 양을 넣어 둘 상자가 있고, 또 입 가리개도 있고..."

 

 

 

그리고 그는 우울하게 웃었다.

나는 오랫동안 기다렸다. 나는 그의 몸이 점점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애야, 무서웠지..." 그는 무서웠다, 물론이다! 그러나 그는 상냥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 저녁이 훨씬 더 무서울 거야..."

돌이킬 수 없다는 느낌에 나는 온몸이 오싹해졌다. 내가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이 웃음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을 견딜 수 없었다. 그 웃음소리는 나에게 사막의 샘이나 마찬가지였다.

"애야, 네 웃음소리를 다시 듣고 싶구나..."

그러나 그는 내게 말했다. "오늘 밤이면 꼭 일 년이야. 내가 왔던 바로 그 자리 위에 내 별이 나타날 거야..."

"애야, 그건 다 나쁜 꿈일 거야? 뱀 이야기, 뱀과의 약속, 별 이야기 그런 것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물론이지..."

"꽃도 마찬가지야. 아저씨가 어떤 별에 있는 꽃 하나를 사랑하면 밤에 하늘만 바라봐도 아늑해지지. 어느 별에나 다 꽃이 피지."

"물론이지..."

"물도 마찬가지야. 아저씨가 마시게 해 준 물은 마치 음악 같았어. 도르래랑 밧줄이랑... 그것들 때문이야... 아저씨도 생각나지... 참 좋았어."

"그래..."

"아저씨는 밤에 별을 쳐다볼 거야. 내 별은 너무 작아서 어디 있는지 가르쳐 줄 수 없어. 오히려 잘된 거야. 내 별은 아저씨에게 여러 별 가운데 하나야. 그러니 어느 별을 바라봐도 다 좋을 거야... 어느 별이나 다 아저씨 친구가 될 거야. 그리고 아저씨한테 선물을 하나 줄게..."
그는 또 웃었다.

"네 그 웃음소리를 듣고 싶어!"

"바로 이게 내 선물이야... 물도 마찬가지고..."

"무슨 말이지?"


"사람들마다 별은 다 똑같지 않아.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겐 길잡이구, 다른 사람들에겐 작은 빛일 뿐이야. 학자들은 별을 연구 과제로 생각하겠지. 내가 만난 사업가한텐 별은 황금이야. 그러나 별은 말이 없어. 아저씨가 보는 별은 다른 사람들하곤 좀 다를 거야..."

"무슨 뜻이지?"

 



"아저씨는 밤에 하늘을 볼 거야. 내가 그 중 어느 별에 살고, 거기서 웃고 있어. 그러니까 아저씨에겐 별들이 모두 웃는 것으로 보일 거야. 아저씨는 웃는 별을 갖게 되는 거야!" 그리고 그는 또 웃었다.

"그리고 슬픔이 가라앉으면(슬픔은 언제고 가라앉아) 아저씬 나를 알았다는 게 기쁠 거야. 아저씨는 언제나 내 친구일 거야. 나와 함께 웃고 싶을 거야. 그래서 가끔 창문을 열겠지. 그럼 아저씨 친구들은 아저씨가 하늘을 쳐다보며 웃는 걸 보고 놀랄 거야. 아저씬 이렇게 말하겠지. `별들을 보면 난 항상 웃게 된다네!' 그럼 아저씨가 미친 줄 알 거야. 내가 아저씨한테 너무 장난을 심하게 친 것 같아..."

그리고 그는 또 웃었다.

"별이 아니라, 웃을 줄 아는 작은 방울을 한아름 준 것이나 마찬가지야..."

그리고 그는 또 웃었다. 이내 그는 정색을 했다.

"오늘 밤은... 정말이야, 아저씨... 오지 마..."

"네 곁을 떠나지 않겠어."

"나는 고통스러워 하는 것처럼 보일 거야... 어쩌면 죽는 것처럼 보이겠지. 그럴 거야. 그건 보지 마. 그럴 필요가 없어..."

"네 곁을 떠나지 않겠어."

그러나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뱀 때문이야. 아저씨가 물리면 어떻게 해... 뱀은 심술쟁이야. 장난 삼아 물지도 몰라..."

"네 곁을 떠나지 않겠어."

그는 무언가 안심하는 것 같았다.

"두 번째 물 때는 독이 없다니까..."

그날 밤 나는 그가 떠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는 조용히 떠났다. 내가 그를 따라갔을 때 그는 주저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만 말했다.

"아저씨구나..."

그리고 내 손을 잡았다. 그러나 그는 다시 걱정을 했다.

"아저씨는 잘못한 거야. 마음이 아플 거야. 내가 죽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은 그게 아니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저씨도 알 거야. 거긴 너무 멀어. 이 몸으로 갈 수는 없어. 너무 무거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건 벗어버린 낡은 껍데기나 마찬가지야. 낡은 껍데기가 없어지는 게 슬플 건 없잖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잠시 풀이 죽었으나 다시 기운을 내려 애썼다.

"참 포근할 거야, 아저씨도 알잖아. 나도 별들을 바라볼 거야. 별은 모두 녹슨 도르래를 단 우물이 되겠지. 별들이 내게 마실 물을 부어 줄 테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 즐거울 거야. 아저씨는 방울이 오억 개, 나는 샘이 오억 개 있어..."

그리고 그도 말이 없었다. 울고 있었다...

"여기야. 혼자 한 걸음만 내딛게 놔 줘."

그는 거기 앉았다. 무서웠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 내 꽃... 나는 꽃에 책임이 있어! 그리고 그 꽃은 너무 약해! 너무 순진해... 이 세계와 맞서 제 몸을 지킬 가시 네 개 뿐이야..."

나는 몸을 가눌 수 없어 주저앉았다. 그가 말했다.

"봐... 이제 다 끝났어..."

그는 또 잠깐 망설이더니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한 걸음을 내딛었다.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의 발목에서 노란 빛이 한 줄기 반짝했을 뿐이다. 그는 한순간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그는 나무가 넘어지듯 천천히 넘어졌다. 모래밭이라 소리조차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