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였습니다. 딴은 그럴 듯싶습니다. 해님이 아무리 잘났더라도구름을 만나기만 하면 아주 숨어버리고 마는 것을 보아도 구름이 더 잘난 것이 확실한데,구름하고 혼인을 하자니 구름은 원래 정처없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것이라, 그 귀여운 딸을 주기에 섭섭하기는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이 세상에서 제일 잘난 것을 골라 사위 삼으려는 마음이 간절한 그는 그 길로 구름에게로 달려갔습니다.
그때 구름은 성난 얼굴로 우르릉우르릉 하고 천둥소리를 지르면서 비를 자꾸 뿌리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두더지 영감이 야단이나 맞지 않을까 하고, 속으로 겁을 내면서 간신히 혼인 이야기를 꺼내고 나서,
“하느님보다 해님이 더 잘난 이인데, 당신은 해님보다도 또 더 잘난 양반이기 때문에 찾아왔으니 제 딸하고 혼인을 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더니 구름은 비를 뿌리던 것을 멈추고, 두더지 쪽으로 돌아앉기에 두더지는 허락하는 줄 알 고 기뻐했습니다. 그랬더니 구름이 빙글빙글 웃으면서 하는 말이,
“그야,그까짓 해쯤이야 내가 우습게 여기지만, 나보다도 더 잘난 놈이 있다네. 내가 이렇게 해를 숨겨 버리고 비를 많이 뿌려서 세상이 모두 비에 떠내려가게 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저 바람이란 놈만 만나면 그만 슬슬 쫓겨 나게 되네그려.
자네도 보지 않았나? 구름이 암만 많이 쌓여 있어도 바람이란 놈이 오기만 하면 그만 슬슬 몰려서 산산이 흩어져 버리고 마는 것을. 바람이 나보다 몇 갑절 더 나으니 바람에게로 가게. 바람은 반드시 혼인할걸세.”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두더지 영감 생각에도 그럴 듯 싶어서, 저기서 바람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바람이 와서 구름을 다 쫓은 후에 혼인 이야기를 건네었습니다. 거만스럽고 사나운 줄 알았던 바람은 그리 거만하거나 사납지도 않고 부끄러운 듯이 수줍어하는 얼굴로,
“예, 사위를 삼으시겠다는 말씀은 대단히 고맙습니다만, 저보다도 더 잘난 것이 있어 걱정입니다. 제가 힘껏 불면 구름도 쫓겨 달아나고, 배도 파선이 되고, 나무도 부러져 달아나고, 안 쫓겨가는 놈이 없는데, 그중에 충청도에 있는 은진미륵님만은 영 꼼짝도 하는 법이 없습니다.
암만 내가 몹시 불어도 눈 하나 깜짝거리지 않지요. 나중에는 골이 나서 재채기질이나 하게 하려고 그 콧구멍 속으로 바람을 몹시 불어넣어도, 그래도 까딱 않고 웃는 얼굴 그대로 있습니다. 에 참, 어떻게 그렇게 장사인지 무서워요. 암만해도 그 미륵님이 없어지기 전에는 제가 세상에서 제일이란 말은 못 하겠습니다.”
고 하였습니다. 딴은 그 말을 들으니 바람보다도 자기 시골에 서 있는 미륵님이 더 잘나기는 하였는데, 이제 두더지 영감은 고단하여서 몸이 지쳐 버렸습니다. 그래서 허덕허덕 지광이를 짚고 자기 시골로 돌아와서, 미륵님께로 간신히 갔습니다.
가서는 가진 말재주를 다하여 미륵님께 찾아온 말씀을 하고 제발 자기 딸과 혼인을 하여 달라고 졸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