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설이 와서 기뻤습니까? 여러분! 과세(過歲)나 잘들 하셨습니까? 이번 새해는 쥐의 해니까 이번에는 특별 히 쥐에 관계 있는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니 조용하게 앉아서 들으셔요.

 

저 충청도 은진(恩津)이라는 시골에 은진미륵이라는 굉장히 큰 미륵님이 있습니다. 온몸을 큰 바위로 깎아 만든 것인데, 키가 육십 척 칠 촌이나 되어서 하늘을 찌를 듯이 높다랗게 우뚝 서 있습니다.

 

그 은진미륵님 있는 근처 땅 속에, 땅두더지 내외가 딸 하나를 데리고 사는데, 딸의 얼굴이 어떻게나 예쁘고 얌전하게 생겼는지, 이 넓은 세상에 내 딸보다 더 잘생긴 얼굴 이 또 있을까 싶어서,

 

‘이렇게 천하 일등으로 잘생긴 딸을 가졌으니, 사위를 얻되 역시 이 세상 천지 중에 제일 높고 제일 웃자리 가는 것을 고르고 골라서 혼인을 시키리라.’

 

하고 늘 그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친구 저 친구 아무나 만나는 대로 붙잡고는 이 세상에서 제일 첫째가게 잘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모두,

 

“그야, 이 세상에 저 파란 하느님이 제일이지요. 하느님보다 더 높고 잘난 것이 어디 있습니까?”

 

하였습니다. 그래서 땅두더지 영감은 보통이를 짊어지고 지팡이를 짚어가며 하느님께로 갔습니다. 먼저 딸 잘생긴 자랑을 하고 나서,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에 제일 높으신 어른이시니 제 딸과 혼인하시지 않겠습니까?”

 

하였습니다. 그러나 파란 두루마기를 입으신 하느님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아니 아니, 이 세상에는 나보다도 더 잘난 것이 있다네. 해님께로 찾아가게. 해님이야말로 이 세상을 자기 뜻대로 환히 밝은 낮도 되게 하고 캄캄한 밤도 되게 하니 그보다 더 잘난 것이 어디 있겠나?”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딴은 해님이 이 세상에서 제일이겠으므로, 두더지 영감은 하느님께 하직하고 다시 지팡이를 짚고 해님께로 찾아가서 딸 잘생긴 자랑을 한 다음 딸과 혼인하는 것이 어떠시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해님이 하는 말이,

 

"말을 들으니 고맙기는 하지만, 이 세상에는 나보다 더 잘난 것이 있다네. 내가 아무리 세상을 밝히려고 해도 구름이 와서 내 앞을 가리면 내 힘으로는 도저히 당할 수가 없으니, 구름은 확실히 나보다 잘난 것이 아니겠나. 구름에게로 가서 혼인을 청하는 것이 좋을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