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미세스 코네트가 말했다. "아들레이드, 당신은 그 고양이 토버모리를 무척 귀여워하시겠지만... 토버모리도, 그 외양간의 고양이도 다같이 곧 처치해야 한다는 것에 이의 없으시겠죠?"

"당신은 요 15분 동안 내가 무척 즐거웠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브렘리 부인이 비꼬아 말했다. "우리집 주인도 또 나도 물론 토버모리를 귀여워했죠... 적어도 그렇게 무서운 능력을 갑자기 얻기 전까지는요. 하지만 물론 일이 이렇게 되고 보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가급적 빨리 토버모리를 땅속에 묻어 버리는 것 아니겠어요?"

"저녁 먹을 때 늘 토버모리에게 주는 고기 덩어리에 스트리키니네를 섞어주는 것이 좋겠군." 윌프레드 경이 말했다. "그 다음에 외양간의 고양이는 내가 냇가에 데리고 가서 빠뜨려 죽이겠어. 그 고양이를 퍽 귀여워한 일꾼이 상심하겠지. 하지만 그 고양이 두 마리에게 무서운 옴병이 생겨서 개에게까지 전염될까 걱정이라고 말해야겠어."

"그러나 나는 대발견을 했습니다!" 아핀 씨가 항의했다. "오랫동안 연구와 실험을 쌓은 결과..."

"얌전하게 자란, 농장의 작은 뿔 달린 소로 실험하시는 게 좋을 거에요." 미세스 코네트가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물원 코끼리에게 하시든지요. 그런 동물들 역시 고도의 지성을 가지고 있다고들 하더군요. 또 우리들의 침실이나 의자 밑 같은 곳에 몰래 기어들어가는 일도 없을 테니까요."

기쁨에 가득찬, 메시아의 천년 재림을 선언했는데 하필이면 그날이 헨리 레가타(*) 행사와 겹쳐 무기한으로 연기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은 천사장의 표정이 그랬을까. 그 천사장도 자신의 기적 같은 업적에 악평이 쏟아지는 것을 본 코넬리어스 아핀 만큼 충격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여론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사실 이 문제를 여론에 물어볼 경우, 스트리키니네를 사용하자는 의견은 소수에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소수 의견은 다수의 의견보다 훨씬 강력한 의지로, 자신들의 목적을 관철했을 것으로 보였다.

*Henley Royal Regatta
영국 옥스퍼드셔 주 헨리온템스에서 매년 7월 첫째 주에 4일간 개최되는 조정대회. 1839년 처음 개최되었고, 1851년 앨버트 왕자가 이 대회의 후원자가 되면서 대회 명칭에 '로열(왕립)'이 붙게 됐다.
의논이 결말이 안 나기 때문에, 또 사람들이 다들 이 문제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초조하게 보고 싶어했기 때문에 그날 밤 파티는 실패작이었다. 파티가 일찍 파하지는 않았지만 사교의 장으로서는 거의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윌프레드 경은 외양간의 고양이와 나아가서는 일꾼을 상대로 씁쓸한 역할을 맡아야 했다. 아그네스 레스카는 식사를 앞에 놓고, 여보라는 듯이 토스트를 단 한 입만, 그것도 불구대천의 원수라도 만난 것처럼 하염없이 씹어대고 있었다.

메이비스 페링튼은 식사 중 골똘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부렘리 부인은 좌중에서 횡설수설 이것저것 얘기를 늘어놓고 있었지만 모든 신경은 온통 문쪽으로 쏠리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독을 섞은 생선 접시가 찬장에 준비되어 있었지만 식사 후의 단 음식과 디저트까지 다 먹을 때까지 토버모리는 식당에도 부엌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밤늦게까지 이어진 지루한 만찬도 그 뒤 끽연실에서 새벽녘까지 기다린 시간에 비한다면 그래도 명랑한 편이었다. 먹고 마시고 하는 동안엔 사람들도 어느 정도 기분이 풀리고 그 자리를 감싼 곤혹스러운 기분을 감출 수 있었다. 신경과 기분이 날카로워져서 브리지 놀이 같은 것은 아무도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감흥도 없는 청중을 향해 오드 핀스베리가 비통한 곡조의 '숲 속의 메리산드'를 부른 뒤에는 사람들은 암암리에 음악을 기피하게 됐다. 열 한 시가 되자 하녀들은 보통 때처럼 토버모리 전용 찬장의 조그만 창을 열어 놓고 침실로 들어갔다.

손님들은 <패드밍턴 라이브러리>라든가 <펀치> 등 잡지의 최신호를 뒤적거리고 있었지만 정작 그 내용에는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았다. 브렘리 부인은 정기적으로 찬장을 살펴보러 갔다. 그리고 돌아올 때마다 침울하고 새침한 표정으로 사람들이 아예 질문을 꺼내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두 시가 되자 크로비스가 실내를 뒤덮고 있는 침묵을 깨트렸다.

"오늘 밤은 나타나지 않을 모양이군요. 아마 지금쯤 틀림없이 이 지방 신문사에 가서 자기 회고록의 1회분을 진술하고 있을 것 같네요. 누구 누구 부인의 책 따위야 감히 이것과 상대할 수 없겠죠. 아마 첫 회 분이 나가는 그날로 최고 인기 기사가 될 겁니다."

이러한 농담을 해서 일동을 뒤집어 놓고 크로비스는 침실로 물러갔다. 파티에 참석한 다른 손님들도 한 사람씩 한 사람씩 띄엄띄엄 그 뒤를 따랐다.

아침 일찍 차 준비가 되었다고 알리며 방마다 돌아다니는 하녀가 손님들의 똑같은 질문에 마찬가지 대답을 했다. 토버모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침 식사는 어제의 만찬보다 더 우울했다. 그러나 식사가 다 끝나기 전에 그 우울은 말끔히 해소됐다. 토버모리의 시체가 운반돼 왔던 것이다. 관목 숲에 있는 것을 정원사가 발견했다는 것이다. 목을 물린 상처와 발톱 사이에 끼어 있는 노란 털로 짐작컨대 목사관의 수코양이와 싸움을 한 것이 분명했다.

정오까지 손님들은 거의 저택을 떠났다. 점심 식사를 끝내자 브렘리 부인은 기력을 회복해 자기가 귀여워하는 고양이를 잃은 데 대해서 목사관에 불쾌한 심정을 전하는 편지를 썼다.

토버모리는 아핀이 교육에 성공한 유일한 제자였다. 그리고 그 후 다른 후계자를 얻을 가능성은 없었다. 몇 주일 후 드레스덴 동물원의 한 코끼리가 쇠고리 줄을 끊고 날뛰면서 가까이 다가간 어떤 영국 남자를 죽였다. 이 코끼리는 그 전에 그렇게 사납게 설친 적이 없었다. 피해자의 이름은 신문에 따라 오핀이라든가, 에페린이라든가, 각각 다르게 보도됐지만 세레명은 충실하게 코넬리어스라고 되어 있었다.

"그 사나이가 코끼리에게 독일어 불규칙 동사를 가르치려고 했다면 그렇게 되는 것은 모두 제 책임이지." 크로비스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