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마침내 미스 레스카가 쌀쌀한 말투로 사람의 말을 배우는 것이 어렵더냐고 물었다. 토버모리는 잠시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지만 이내 태연히 시선을 돌려 딴 곳을 보았다. 그 따위 질문에는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태도임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인간의 지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지?" 메이비스 페린튼이 섣부른 질문을 했다.
"특히 누구의 지능에 대해서 묻는 겁니까?" 토버모리가 냉정하게 반문했다.
"글쎄, 말하자면 나는 어떤가?" 메이비스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말하기 곤란하군요." 토버모리가 말했다. 그러나 그 말투라든가 태도에는 곤란한 기색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늘 파티에 당신을 초대하자는 말이 나왔을 때 윌프레드 경은 친구들 중에서 당신처럼 머리가 나쁜 여자는 없다면서, 손님을 초대한다고 하지만 머리가 나쁜 여자의 말 상대가 되어준다는 것은 지나친 고역이라고 항의했지요.
그러자 브렘리 부인이 얘기하더군요. 사고 능력이 없으니까 더욱 당신을 초대해야 한다는 거에요. 왜냐하면 자기들의 낡은 마차를 돈 주고 살 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당신 밖엔 없기 때문이라는 거죠. 알고 계시죠? 뒤에서 밀기만 하면 언덕길이라도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시지프스의 희망'이라고 부르는 그 마차 말이에요."
브렘리 부인은 항의했다. 그러나 그날 아침 브렘리 부인은 메이비스에게 그 마차가 메이비스에겐 아주 적합한 차라고 얘기했던 것이다. 그런 얘기만 하지 않았더라도 브렘리 부인의 그 항의는 좀더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바필드 대령이 거북한 말투로 화제를 바꾸었다.
"외양간 얼룩 고양이와는 그 뒤 어떻게 되어 가지, 응?"
그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모두들 그 질문이 엄청난 실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건 보통 사람들 앞에서는 할만한 말이 못됩니다." 토버모리가 냉정하게 대답했다. "이 댁에 오신 후 당신의 행동을 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여기서 제가 화제를 당신의 정사 얘기로 옮긴다면 당신도 좀 난처할 것 같은데요?"
낭패는 대령 한 사람에게만 그치지 않고 계속 피해 범위를 넓혀갔다.
"네 저녁식사가 준비되었는지 가 보지 그러니?" 브렘리 부인은 토버모리의 저녁 식사 시간이 아직 적어도 두 시간은 더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척하고 황급히 말했다.
"고맙습니다." 토버모리가 말했다. "차 밖에는 아직 얻어먹은 것이 없으니까요. 소화불량으로 죽고 싶지는 않군요."
"고양이는 목숨이 아홉 개라고 하지 않은가." 윌프레드 경이 정색을 하고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토버모리가 대꾸했다. "하지만 그래도 쓸개는 하나밖에 없어서요."
"아들레이드." 미세스 코네트가 말했다. "이 고양이가 하녀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서 우리들의 소문을 퍼뜨리도록 지금 부추기는 건가요?"
두려움이 벌써 실내를 뒤덮고 있었다. 이 저택의 침실에는 대부분 창밖에, 폭이 좁은 장식용 난간이 있었다. 토버모리가 자주 그 난간을 지나다녔다는 사실이, 모두의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이다. 그들은 당황했다. 그곳에서 토버모리는 그저 비둘기만 지켜봤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혹시라도... 그밖에 다른 무엇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만약 토버모리가 계속 지금과 같은 숨김 없는 말투로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면 그 결과는 그저 불유쾌한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틈만 있으면 화장대에 붙어서 늘 화장을 하지만 실상은 유목민 같은 살색이라고 소문이 난 미세스 코네트도 대령과 마찬가지로 불안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시를 쓰며 빈틈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미스 스크모엔도 초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단정하고 고결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해서 개인 생활을 세상에 알리고 싶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17살 무렵부터 온갖 바람이란 바람은 다 피우고 오래 전부터 그 바람 피우는 일을 중단하려는 노력조차 단념해버린 바티 반 타안은 얼굴이 약간 누르퉁퉁하게 혈기가 사라졌지만, 오드 핀스베리처럼 방을 뛰어나가거나 하는 과오는 저지르지 않았다.
오드 핀스베리는 현재 목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는 청년으로, 남의 추문을 들으면 결코 그 자리에 남아 잠자코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크로비스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한 방관자다운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토버모리의 입을 막기 위해 뭔가 주변에서 보기 드문 먹음직한 쥐를, 대리점을 통해서 손에 넣으려면 시간이 얼마 정도 걸릴 것인지 계산을 하고 있었다.
지금과 같이 미묘한 입장에 처해도 아그네스 레스카는 언제까지나 뒤로 물러서서 참고 있지는 못했다.
"무엇 때문에 내가 여길 또 왔을까." 그녀는 신파조로 말했다.
토버모리는 결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어저께 크리켓 경기장에서 당신이 미세스 코네트와 주고받은 말로 보건대, 그건 음식 때문이었겠죠. 당신 말에 의하면 브렘리 일가는 따분한 사람들 뿐이어서 자고 가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면서요? 그래도 1류 요리사를 둘만한 머리는 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다면 어떤 손님도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에요. 나는 다만 미세스 코네트에게..." 당황한 아그네스가 부르짖었다.
"미세스 코네트는 당신이 한 그 얘기를 나중에 바티 반 타안에게 전했지요." 토버모리가 말을 계속했다. "그러면서 그러더군요. '그 여자는 마치 굶은 개 같아. 하루에 네 번 한 사발씩 먹여주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는 걸요'라구요. 그러자 바티 반 타안이 하는 말이..."
다행히도 폭로는 여기서 그쳤다. 커다란 누런 수코양이가 목사관에서 빠져나와 관목 숲을 지나 외양간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토버모리가 흘낏 발견한 것이다. 토버모리는 열려 있는 프랑스식 창문을 통해 나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너무나 성적이 좋은 제자가 자취를 감추자 코넬리어스 아핀은 과격한 비난, 걱정스러운 질문, 두려움에 찬 탄원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사람들이 이렇게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된 책임이 그에게 있기 때문에 이 이상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그가 나서서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먼저, 사람들은 토버모리가 그 위험천만한 능력을 다른 고양이에게도 전해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알고 싶어했다.
아핀 씨는 거기에 대해, 토버모리가 사이가 가까운 외양간의 암코양이에게 그 능력을 전달해줄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그 범위가 더 넓어지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토버모리 - 2. 그 동안 본 것을 떠들고 다닌다면...
- 세부
- 주동식에 의해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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