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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낡고 초라한 집에 살고 있었다. 어느날 아내는 내가 그 집의 지하실로 볼 일이 있어 내려가는 것을 따라 내려왔다. 그리고 그 고양이도 나를 따라 가파른 층계를 내려왔다... 나는 그 고양이 때문에 하마터면 거꾸로 나뒹굴 뻔했다. 나는 갑자기 흥분했다.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나는 자기도 모르게 손도끼를 집어 들고 그때까지 나를 억누르던 어린애 같은 공포심마저 잊어버리고 고양이를 도끼로 내리 찍었다. 만일 내 생각대로 제대로 내리쳤다면 고양이는 물론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아내가 손을 들어 말리는 바람에 내 손길에 그만 멈칫했다.나는 이렇게 간섭을 받자 악마도 당하지 못할 만큼 격노에 휩싸였다. 나는 말리는 아내의 손을 뿌리치고 고양이 대신 아내의 머리 한복판에 도끼를 찍어 넣었다. 아내는 비명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 푹 쓰러졌다.
이 무서운 살인이 끝나자 나는 곧 신중하게 이 시체를 감출 방법을 찾기에 골몰했다. 하지만 낮이건 밤이건 이웃 사람 눈에 띄지 않게 시체를 밖으로 내가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여러 가지 방법이 머리에 떠올랐다. 시체를 잘게 썰어 불에 태워 버릴 생각도 했다. 지하실 바닥을 파내고 그곳에 시체를 파묻어 버릴 생각도 했다. 아니면 그냥 뜰의 우물에 던져 버릴까... 그렇잖으면 무슨 상품처럼 커다란 상자에 담고 그럴 듯하게 포장하여 인부를 시켜 집에서 짊어지고 나가게 할 수는 없을까... 나는 여러 가지로 궁리해 보았다.
결국 나는 그 어느 것보다도 훌륭한 방법이 떠올랐다. 시체를 지하실 벽에 집어 넣고 발라 버리기로 한 것이다. 중세 시대의 가톨릭 사제들이 자기들의 희생자를 벽 속에 넣고 발라 버렸다는 기록도 있지 않은가...
마침 우리 집 지하실은 그런 목적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벽을 아무렇게나 쌓아올린 채 최근에 회칠을 슬쩍 한 번 했을 뿐, 습기찬 공기 때문에 그것은 아직 굳지 않고 있었다. 더욱이 장식용 연통과 난로가 있던 벽 한쪽 튀어나온 부분을 메워 다른 곳과 똑같이 보이게 해놓았다. 그곳의 벽돌을 들어내고 시체를 집어넣은 다음 완전히 발라 버리면 된다... 누가 보아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이건 너무 쉬운 일인 것이다.
과연 내 짐작대로였다. 나는 쇠 지렛대로 손쉽게 벽돌을 떼어내고 시체를 조심스럽게 안쪽 벽에 세워 버티어 놓았다. 그런 다음, 별로 힘들이지 않고 원래대로 벽돌을 다시 쌓아올렸다. 그리고 모르타르와 모래와 머리칼을 얻어 조심스럽게 석회를 반죽했다. 이렇게 종전과 조금도 다름없이 새로 쌓아올린 벽돌 위에 석회를 골고루 발랐다. 일이 다 끝나자 나는 이제 다 마쳤다는, 뿌듯한 만족감을 느꼈다. 벽은 조금도 손을 댄 것 같지 않았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티끌 하나까지도 낱낱이 주웠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혼잣말을 했다.
"자, 그래도 난 헛수고를 한 건 아니야."
다음에 할 일은 이 끔찍한 비극의 원인인 그놈의 고양이를 찾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고양이를 찾으면 죽여 버리는 것이다. 만일 그때 그 고양이가 내 눈에 띄기만 했다면 그 운명은 단번에 끝장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이 교활한 짐승은 지난번의 내 분노와 사나운 태도에 겁을 먹었는지, 내 앞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 불길한 고양이가 없어져서 내가 얼마나 홀가분하고 통쾌하고 안도감을 느꼈는지는 도저히 글로 표현할 수 없다. 사람들은 아마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고양이는 그날 밤새도록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고 ― 그래서 나는 고양이를 집으로 데리고 온 뒤 처음으로 하룻밤 내내 편히 잠들 수 있었다. 그렇다, 분명 살인을 했다는 죄악감이 내내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데도 나는 편안히 잠을 잘 수 있었다.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도 나를 괴롭히던 그놈의 고양이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비로소 숨을 쉴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에게 두려움을 안겨주던 그 괴물은 이 집에서 영원히 달아났다. 이제 두 번 다시 그 고양이를 볼 일이 없다... 이렇게 생각하자 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나는 별로 내가 저지른 죄가 두렵거나 양심의 고통을 느끼지도 않았다. 두세 차례 심문을 받았지만 별 문제없이 척척 답변할 수 있었다 집을 수색하기도 했지만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제 내 앞날에는 행복만이 남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아내를 죽인 지 나흘째 되는 날, 뜻밖에도 경찰들이 한 무더기 다시 몰려와 집안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아무리 찾아본들 숨겨둔 시체를 찾을 리는 없다. 나는 이렇게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경찰들은 나에게도 함께 아내를 찾아보자고 말했다. 그래서 나도 경찰들과 함께 집 안을 구석구석까지 뒤졌다. 지하실에는 세 번인가 네 번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나는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 내 심장은 마치 천진난만하게 잠든 아이처럼 조용히 뛰고 있었다. 나는 가슴 위로 팔짱을 끼고 지하실을 여유만만하게 돌아다녔다.
경찰들은 완전히 의심이 풀려 집을 떠나려 했다. 나는 기쁨을 억누를 수 없었다. 나는 승리의 표적으로 한마디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내 무죄를 그들에게 한층 더 확인해두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나는 끝내 참지 못하고 층계를 올라가는 경찰들에게 말을 건넸다.
"여러분, 의심이 풀려 무엇보다도 기쁩니다. 여러분의 건강을 빌며 앞으로는 좀 예의 있게 행동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여러분 어떻습니까? 이 집은 구조가 아주 썩 잘 되어 있지 않습니까?"
나는 아무 이야기나 마구 지껄여대고 싶은 격렬한 욕망에 휩싸였다. 나는 내가 뭘 말하고 있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했다.
"참 잘 지어진 집이지요. 무엇보다도 이 벽 말인데... 아니, 여러분 벌써 돌아가시는 겁니까? 어떻습니까, 이 벽을 보세요... 얼마나 견고한지..."
이렇게 말하면서 나는 완전히 흥분했다. 그리고 마치 미치광이처럼 들고 있던 작대기로 아내의 시체가 들어 있는 바로 그 부분을 힘껏 내리쳤다.
그러자 아, 하느님, 악마의 그 독니로부터 나를 구해 주소서! 내리친 벽의 메아리가 채 가시기도 전에 무덤 속에서 대답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 왔다! 처음에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처럼 짓눌린 채 간간이 끊어지는 소리였다. 그런데, 곧 이어 그 소리는 도저히 사람의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는 길고 높은, 끊어지지 앟는 아주 끔찍한 비명으로 바뀌었다.
그것은 지옥에 떨어진 죽은 자와 그 파멸에 기뻐 날뛰는 악마의 목구멍에서 동시에 흘러나오는 소리였다. 지옥에서만 들을 수 있는, 공포와 승리가 반씩 섞인 울부짖음이었다. 나는 정신이 아득해지며 반대쪽 벽으로 쓰러질 듯 비틀거렸다.
층계 위 경찰들도 한동안 공포와 놀라움에 사로잡혀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대여섯 명이 달려들어 억센 팔로 벽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벽은 곧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이미 썩어 들어가 핏덩어리가 말라붙은 시체가 모두의 눈앞에 뚜렷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머리 위에는 시뻘건 입을 찢어져라 벌리고 하나뿐인 눈을 커다랗게 부릅뜬 그 무서운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내가 살인을 하도록 감쪽같이 끌어들이고, 지금은 그 비명 소리를 질러 나를 교수대로 유인한 그 고양이 말이다. 나는 이 괴물을 구멍 속에 시체와 함께 넣고 그대로 발라 버렸던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