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잠시 꼼짝 않고 누워서 조용히 아름답고 이상적인, 그럴싸한 죽음의 표정을 지어 보았다. 크라이드는 그녀를 매장하기 위하여 그녀에게 옷을 사다 줄 것이다. 집 뒤뜰의 삼나무 아래에 그는 깊은 구멍을 파서 무덤을 만든다. 소나무 관 속에 그녀를 넣고 못을 박는다. 관을 메고 무덤 속에 넣고 위에서 흙을 덮는다.

그러면서 그녀를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몸부림친다.

그녀는 몸을 약간 움직여 눈을 창 쪽으로 돌렸다. 빗방울이 하얗게 보인다. 그녀는 거의 숨을 쉴 수 없었다.

자신의 무덤에도 비가 이처럼 내리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크라이드가 와서 무덤을 내려다 보면서 뉘우침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번개가 하늘을 선명하게 가르며 내달렸다. 그녀는 창 밖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따스한 불과, 자신의 서글픈 죽음, 아름다움, 강한 것... 이런 것들을 생각하며 그녀는 만족하고 있었다. 우뢰 소리가 울렸다.

크라이드가 서 있었다. 그가 걸어온 뒤편에 마루바닥으로 물방울이 흘러내려 검게 보였다. 그는 총 개머리판으로 그녀를 툭 건드렸다. 마치 잠들어 있는 그녀를 깨우듯이.

"저녁 식사는 뭐야?"

그는 나직이 말했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서 그의 곁에서 달아났다. 재빨리 그녀는 신문지를 감춘다. 방은 어둡고 단지 난로의 불이 타고 있을 뿐이다. 그의 몸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있었다. 그의 어두운 그림자를 밟고 서서 그녀는 열심히 지껄이며 램프를 켰다.

그는 묵묵히 서 있었다. 그러나 인내심이 엿보이는 그 얼굴의 표정은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그는 더러워진 구두를 밟아 흔들어서 진흙을 털어냈다. 그의 큰 손은 비에 젖어 더 무거워 보였다.

빗물은 손에서 총대를 따라 흘러 떨어졌다. 그는 테이블 앞 의자에 의젓하게 앉아, 일을 하면서 몸이 젖고 배가 텅 비었다고 투덜거린다.

루비는 얌전히 식사 준비를 시작하였다. 그녀는 발을 따뜻하게 해줄 것은 하나도 신고 있지 않은 맨발이었다. 그 맨발로 그녀는 발 끝으로 일어서듯 걸었다. 딱 한 번, 그녀는 찬장에 몸을 기울여 아직 말랑말랑한 비스킷을 꺼낼 때 크라이드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얼굴을 숙였다.

그녀가 팔을 움직이는 그 모습은 가슴이 아파 오는 것 같은, 그리고 이상야릇할 만큼 부드러운 느낌을 주었다. 그러면서도 당돌하고 긴장한 모습, 다시 말하면 섬세하고 연약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별로 특별히 그럴 만한 일도 없는데 크라이드의 주변을 빙빙 돌면서 걸었다. 크라이드는 김을 뿜으면서 묵묵히 나이프와 포오크를 가지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당신 어딜 갔었어?"

그녀가 접시를 테이블 위에 놓자 크라이드는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가긴 어딜 가요."

"둘러대지 마. 또 엉뚱한 놈 자동차를 탔으면서."

그는 웃으면서 말하였다. 그녀는 그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그의 말은 듣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행복하였다. 커피를 따를 때 그녀의 손이 떨려서 물방울이 마치 안개처럼 그의 손목에 뿌려졌다. 그가 손으로 테이블을 두드려 접시가 흔들거렸다.

"언젠가 당신을 한 번 혼을 내줘야 하겠어."

루비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리면서 계속 그의 식사 시중을 들었다.

그가 나이프와 포크를 놓자 그녀는 신문을 가져왔다. 그리고 그를 즐거운 듯 바라보았다. 신문을 가지고 왔을 때 느껴지는 신문지의 감촉, 그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흥분을 느낀다.

"신문이군 그래. 어디서 난 거야?"

그는 난폭하게 빼앗아 들고 어딘지 무시하듯이 말하였다.

"여길 봐요."

루비는 작은,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루비는 그가 가지고 있는 신문을 펼쳐 의젓하게 문제의 그 기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크라이드는 하는 수 없이 그것을 읽기 시작하였다. 비에 젖은 그의 대머리가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그녀는 쳐다보고 있었다. 이윽고 그는 목구멍 안에서 앓는 소리를 내듯이 중얼거렸다.

"이건 거짓말이다."

"제 얘기가 신문에 나와 있어요."

루비는 똑바로 일어나서 말하였다.

그녀는 접시를 치우면서 그의 앞에서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손가락을 구부려 신문에 대고 그 기사를 툭툭 쳤다.

"너를 쏘았다니... 도대체 어디서 그랬다는 건지, 거기를 좀 보여주면 좋겠는데...?"

그는 큰 소리로 말하면서 얼굴을 들었다. 그 얼굴은 둔하게 그러나 화를 내고 있었다.

그녀는 얼굴이 굳어져서 빈 접시를 들고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서 있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무력감에 휩싸였다. 이윽고 두 사람은 이중의 치욕과 이중의 기쁨을 느낀 것처럼 차차 얼굴을 붉혔다. 크라이드가 정말 루비를 죽이고 그녀도 정말로 그의 손에 죽은 것 같았다. 어떤 가능성이 두 사람 사이에 흔들리면서 앞을 가로막은 듯한 느낌이 들어 두 사람은 머리를 숙였다.

크라이드는 젖은 장화를 신은 채 걸어가서 꺼져가는 불 위에 신문을 놓았다. 잠시 신문은 불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으나 금세 확 타올랐다. 두 사람은 서서 그것이 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방안이 환해졌다. 크라이드가 갑자기 말하였다.

"이봐, 이것은 테네시의 신문이야. 그렇지, 여기에 네 이야기가 나올 턱이 없어."

그는 자기가 처음부터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듯 커다랗게 웃었다.

"하지만 분명히 루비 피셔라고 나 있어. 내 이름이 루비 피셔야."

그녀는 큰소리로 열심히 말했다.

"아, 다른 루비 피셔야. 테네시의 루비 피셔 말이야. 나를 바보 취급하는 거야? 도대체 어디서 이 따위 신문을 가져왔어?"

남편은 그렇게 외치며 유쾌하게 그녀의 엉덩이를 때렸다.

루비는 또다시 떨리는 손을 스커트에 갖다 댔다. 그녀는 창문 곁에 서서 바깥도 집 안도 조용해지는 것을 지켜봤다. 그리고 그 이후에 저녁식사를 시작하였다.

방안은 따스하고 바깥은 폭풍이 멀어져서 그 소리가 마치 다리를 건너는 차 바퀴 소리처럼 희미해지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