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울로 사베리니의 미망인은 보니파시오 마을 밖으로 좀 떨어져 있는 초라한 오두막집에서 아들과 단 둘이 살고 있었다. 보니파시오 마을은 산을 끼고 있었다. 마을 일부는 바다 위로 튀어나온 곳 위에까지 뻗어 있다. 사르디니아 제일 남쪽 해안이 멀리 바라다 보이고 그 사이 해협은 파도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마을의 반대쪽으로 빙 돌아가면 피오르드처럼 생긴 해안이 있어서 그것이 일종의 항구 역할을 했다. 구불구불한 수로를 따라 이탈리아나 사르디니아에서 오는 작은 고기잡이 돛단배들이 마을에서 떨어진 집 앞까지 오곤 했다. 2주일마다 한 번씩 코르시카 섬의 아디치오로 가는 증기선이 마치 오래된 해소 환자가 기침을 쿨룩거리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찾아왔다.

하얀 산 위에는 하얀 집들이 점점이 무리를 지어 서 있었다. 새 집처럼 보이는 집들은 산봉우리에 달라붙어서 좀처럼 배도 가까이 가기 어려운 험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와 험한 해안의 흙을 파헤치고 그 속에 숨은 바위를 드러내고 있었다. 바람은 좁은 해협에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양쪽 해안을 황폐하게 만든다. 수많은 바위가 검게 물위로 솟아오른 바닷가에서는 파란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거품을 일으키고 있다. 마치 파란 줄무늬의 낡은 옷감이 떠다니는 것 같았다.

사베리니 미망인의 집 창문으로 이렇게 황량한 풍경이 잘 보였다. 미망인은 외아들 앙뜨완 그리고 세밀란떼라는 암캐 한 마리와 살고 있었다. 세밀란떼는 마르고 덩치가 컸으며 털은 길고 덥수룩했다. 양을 지키는 데 쓰는 종류였다. 그러나 아들은 사냥에 나갈 때도 언제나 이 암캐를 데리고 다녔다.

어느 날 밤, 앙뜨완은 무슨 일인가 다툼이 생겨 니콜라스 라보라티와 말싸움을 하다 비겁한 방법으로 칼에 찔려 죽었다. 범인은 그날 밤에 바로 사르디니아로 도망쳤다.

노모는 이웃 사람들이 옮겨온 아들의 시체를 보고도 울지 않았다. 그저 오랫동안 가만히 아들을 바라보다가 주름투성이 손을 그 시체 위로 내밀어 복수를 다짐했다.

그녀는 아무도 곁에 오지 못하도록 하고, 그저 개와 함께 둘이서만 시체 옆에 꼭 붙어 있었다. 개는 침대 끝에 서서 꼬리를 다리 사이로 내리고 머리를 죽은 주인 쪽으로 향한 채로 계속 짖어댔다. 그러다가, 짖기를 그치고 멍하게 움직이지 않고 주인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늙은 어머니 역시 꼼짝도 않고 시체 위에 웅크린 채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아들이 입은 까칠까칠한 천으로 만든 재킷은 가슴 부분이 찢겨 있었다. 천장을 보고 누워 있는 아들의 모습은 마치 잠든 것 같았다. 그러나 온몸은 피투성이였다. 응급처치를 하기 위해 찢어놓은 셔츠나 바지, 얼굴과 두 손 모두 피가 묻어 있다. 수염과 머리카락에는 피가 엉겨서 달라붙어 있었다.

늙은 여인은 아들에게 얘기를 걸기 시작했다. 개는 그 목소리를 알아 듣고 얌전해졌다.

"걱정하지 말아라. 내 아들아, 내 귀여운 아가야. 네 복수는 내가 꼭 해주마. 잘 자거라. 자, 잘 자렴. 복수는 꼭 해줄 테니까. 내 말 들리지? 이건 엄마가 하는 약속이야. 엄마는 항상 약속을 지킨단다. 너도 잘 알고 있지?"

늙은 여인은 천천히 아들 위에 몸을 구부리고 차가운 입술로 죽은 아들의 입에 키스했다.

그러자 세밀란떼가 짖기 시작했다. 창자를 도려내는 듯한 무섭고 단조로운 울음소리였다. 그 울음소리가 길게 길게 이어졌다.

그녀들 - 여자와 개 -는 아침까지 거기 그렇게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다음날 앙뜨완 사베리니는 땅에 묻혔다. 그리고 곧 그의 이름은 보니파시오 마을에서 전혀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에게는 형제나 사촌이 없었다. 다시 말해 그 대신 복수를 해줄 남자가 주위에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오직 한 사람 그의 어머니만이 그 일을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그녀는 이미 무척 늙은 여자였다.

그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협 건너편 기슭의 하얀 점 하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사르디니아의 작은 마을 론고사르도였다. 코르시카에서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추격을 피해 도망가는 장소였다. 그 마을의 주민 대부분은 해협 건너편 코르시카 섬의 범죄인이었다. 그들은 거기서 고향에 돌아갈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사베리니 미망인은 니콜라스 라볼라티가 이 마을로 도망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하루종일 혼자 창문가에 앉아서 그 마을을 바라보며 어떻게 복수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대체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 없이 자신의 힘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자신은 이미 병들어서 지금 당장에라도 죽을 것만 같은 처지다. 하지만 자신은 이미 약속을 하지 않았는가. 아들의 그 시체 위에 맹세를 해버린 것이다. 잊을 수도 없다. 그리고 이렇게 언제까지나 꾸물거리고만 있을 수도 없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녀는 집요하게 그 생각을 계속했다. 발 언저리에서 선잠을 자던 개가 이따금 머리를 쳐들어서 짖곤 한다. 주인이었던 앙뜨완이 죽고 나서부터 이 암캐는 곧잘 이런 식으로 짖어대곤 해다. 마치 어딘가에 있는 주인을 부르는 것 같다. 짐승에 불과한 이 동물의 혼도 제 주인을 포기하지 못하고 지울 수 없는 기억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계속 짖어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