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황제는 다시 이 늙은이의 아버지를 데리러 신하들을 보냈다. 맨 처음 궁궐에 온 늙은이의 할아버지인 그 노인도 곧 찾아내서 궁궐로 데려왔다. 신하들은 그 늙은이를 황제의 앞으로 데려왔다. 노인은 지팡이도 짚지 않고 어전으로 걸어나갔다. 걸음걸이도 가볍고, 눈도 밝고 귀도 잘 들리며 말도 훨씬 또렷했다. 황제는 이 노인에게 다시 그 씨앗을 보여 주었다. 노인은 그것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이렇게 뜯어보고 저렇게 뜯어보았다.

"소인은 너무 오랫동안 이렇게 오래 된 곡식을 보지 못해서…"

노인은 이제 씨앗을 물어 뜯어서 입에 넣고 자근자근 깨물었다.

"이게, 그것입니다. 옛날 저희들이 심던 그 씨앗입니다."

늙은이는 말했다.

"그럼 노인이여, 어디 한번 말해 보라. 어디서 이런 씨앗이 생겼는가? 그대는 이런 곡식을 그대 밭에 심은 일이 있는가? 또 그대가 농사짓던 시절에 어떤 사람들에게서 그런 씨앗을 샀는가?"

그러자 노인은 말했다.

"소인이 농사를 짓던 시절에는 어디서나 이런 곡식을 심고 거두었습니다. 소인 역시 평생 이런 곡식을 먹으며 살아 왔고 또 다른 사람들도 먹여 살렸습니다."

그러자 황제는 다시 물었다.

"그럼 어디 말해 보라. 그대는 어디서 이런 씨앗을 샀는가? 그대 자신이 그대 밭에 직접 뿌리기도 했단 말이냐?"

노인이 히죽 웃었다.

"소인이 농사짓던 시절에는 곡식을 사고팔고 하는 그런 죄악을 궁리해낸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또 돈이라는 것도 몰랐구요. 누구에게나 곡식은 조금씩이라도 있었습니다. 소인은 이런 곡식을 직접 심기도 하고 거두어들이기도 하고 타작하기도 했습니다."

황제는 다시 한번 물었다.

"어디 그럼 말해 보라. 그대는 어디에 이런 곡식을 심었고 또 그대의 밭은 어디 있었는가?"

노인이 말했다.

"소인의 밭은 소인의 땅이었을 뿐입니다. 쟁기질을 한 거기가 바로 저의 밭이었습니다. 땅은 자유였습니다. 제 땅이란 걸 몰랐습니다. 제 것으로 불렸던 건 제 노동일 뿐이었습니다."

"그럼, 두 가지만 더 말해 보라. 한 가지는 어째서 옛날에는 이런 씨앗이 많았는데, 지금은 생기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그대의 손자는 두 개의 지팡이를 짚고 다니고, 그대의 아들도 지팡이를 하나 짚고 왔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홀로 그렇게 가뿐하게 걸을 수 있는가? 게다가 눈도 밝고, 이도 실하고 말도 또렷하고 겉으로 보이는 성격도 훨씬 상냥하니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가? 이유가 무엇이냐? 말해 보라, 이 두 가지의 까닭은 무엇인가?"

그러자 노인은 다시 이렇게 말했다.

"말씀하신 두 가지의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이제 세상 사람들이 자기가 일해서 자기 힘으로 살아가지 않고, 남의 것을 넘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그렇게 살지 않았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자기 것을 가질 뿐이고 남의 것을 탐내지 않았던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