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골짜기에서 어린애들이 달걀 만큼 큰 어떤 물건을 발견했다. 그 물건은 가운데에 줄이 든, 씨앗 같은 모양이었다. 마침 거기를 지나가던 사람이 어린애들이 가지고 있는 그 물건을 보고 5코페이카에 사서 서울로 가지고 와 귀한 물건이라며 황제에게 예물로 바쳤다.

황제는 학자들을 불러모아, 그들에게 이것이 어떤 물건인지 알아보라고 명령했다. 이것이 달걀인지 혹은 무슨 씨앗인지 알아내라는 것이었다. 학자들은 이리저리 연구하고 생각해봤지만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 물건은 창문 위에 놓여 있었는데 암탉 한 마리가 날아 들어와 그것을 쪼기 시작해 마침내 구멍을 내버렸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이 씨앗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자들은 궁궐에 들어가 황제에게 아뢰었다.

"이것은 라이보리 씨앗인 것 같습니다."

황제는 깜짝 놀랐다. 그래서 다시 학자들에게 이 씨앗이 언제 어디서 생겼는지 알아보라고 명령했다. 학자들은 다시 이러저리 연구하고 온갖 책을 다 뒤져봤지만 역시 아무 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그들은 황제에게 나아와 아뢰었다.

"저희는 이 문제에 대해 대답할 수 없습니다. 소신들이 가진 책에는 이것에 관해서 전혀 씌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차라리 농부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늙은이들 가운데서 혹시 누가, 언제, 어디에, 이런 씨앗을 뿌렸는지 보거나 들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황제는 신하들을 보내어 늙은 농부를 한 사람 데리고 오라고 명령했다. 신하들은 아주 나이 많은 늙은 농부를 찾아내 황제에게 데려왔다. 그 농부는 벌써 이도 다 빠지고, 얼굴에도 검버섯이 앉은, 다 쪼그라진 늙은이였다. 그는 지팡이 둘을 짚고 간신히 궁궐로 들어섰다. 황제는 그에게 씨앗을 보였다. 그러나 늙은이는 벌써 눈이 어두워 절반은 눈으로 살펴보고 나머지 절반은 손으로 더듬었다.

황제는 그에게 물었다.

"영감, 이 씨앗이 어디서 생겼는지 그대는 모르겠느냐? 그대 밭에 이런 곡식을 심은 적은 없었는가? 또는 농사를 짓던 시절에 어디서 이런 씨앗을 산 적이 없는가?"

늙은이는 귀도 어두워 간신히 황제의 말을 알아듣고 겨우겨우 이해했다. 그리고 가까스로 입을 벌려 대답했다.

"소인은 밭에 이런 곡식을 심은 일도 없고, 거두어들이거나 산 일도 없습니다. 소인네가 곡식을 사던 시절에도 씨앗들은 모두 이보다 낱알이 더 잘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말입니다요. 그런데 저어… 소인의 아버지에게 한번 물어보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저희 아버지는 어디서 이런 씨앗이 생겼는지 들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황제는 이 영감의 아버지에게 사람을 보내어 자기에게 데리고 오라고 명령했다. 신하들은 늙은이의 아버지도 찾아내어 어전으로 데려왔다. 이 늙어빠진 늙은이는 지팡이 하나를 짚고 궁궐로 왔다.

황제는 그에게 씨앗을 보였다. 그래도 이 늙은이는 아직 시력이 남아 있어서 무슨 물건인지 잘 알아보았다. 황제는 그에게 물었다.

"늙은이, 이런 씨앗이 어디서 생겼는지 그대는 알고 있는가? 그대의 밭에 이런 곡식을 심은 일이 없는가? 그렇잖으면 그대가 농사를 짓던 시절에 어디서 이런 씨앗을 산 일이 없는가?"

늙은이는 귀가 다소 멀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기 아들보다는 더 말을 잘 알아들었다.

"네" 그는 대답했다.

"소인은 밭에다 이런 씨앗을 뿌린 일도 없고 거두어들이거나 산 일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소인이 농사를 짓던 시절에는 아직 돈이라는 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농사를 지어 그 곡식을 먹고살았습니다. 그리고 양식이 모자라면 서로 나누어 먹었지요. 소인은 어디서 이런 씨앗이 생겼는지 모릅니다.

소인이 농사짓던 시절에는 씨앗이 요새 것보다 더 굵고 소출이 더 많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이런 물건은 본 일이 없습니다. 다만 이건 소인이 아버지한테 들은 얘기입니다만, 소인의 아버지가 농사를 짓던 시절에는 소인이 농사짓던 시절에 비해 곡식이 훨씬 더 좋았다고 합니다. 소출도 더 많고 씨알도 한결 더 굵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소인의 아버지에게 이것에 대해 물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