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집으로 맞아들였습니다. 나뭇짐을 내려놓고 방에 들어온 후에야, 영감님의 얼굴을 보고 마나님은 깜짝 놀랐습 니다. 이상도 하지요. 영감님의 얼굴은 주름살 하나 보이지 않고 수염도 없어지고, 하얗게 새었던 머리도 새까매지고, 아주 스물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젊디젊은 새 서방으로 변한 까닭이었습니다.

 

"아이고 여보, 어떻게 이렇게 젊어지셨소? 아주 새파란 젊은 사람이 되었으니….”

 

하면서, 하도 이상하고 신기하여서 물어 보았습니다. 영감 님은 목소리까지 아주 젊은 목소리로,

 

“글째, 나도 이상하오. 처음에 산 속에 가서 나무를 베고 있노라니까, 어디에서 왔는지 처음 보는 파아란 새가 후르르 날아와서, 내 머리 위의 나무에 앉더니,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어여쁜 소리로 재미있게 노래를 하는지, 나는 그만 그 새소리에 정신이 쏠려서, 갈퀴를 손에 쥔 채로 가만히 서서 그 소리를 듣고 있지 않았겠소.

 

그랬더니 잠깐 있다가 그 파랑새는 노래를 뚝 그치더니, 후르르 산 속으로 날아갑디다그려. 그래 나는 하도 섭섭하여서 한참이나 그대로 서서 귀를 기울이고 있노 라니까 저어 산 속에서 새소리가 나길래 한 번 더 가깝게 가서, 그 소리를 들으려고 그 산 속으로 가니까 또 후르르 하고 더 깊이 날아가길래 그냥 따라서 자꾸 쫓아 들어갔었구려.

 

그렇게 한참 가니까, 생전에 가 보지 못하던 곳인데,거기 조그만 웅덩이가 있고, 깨끗한 샘물이 졸졸졸 솟아서 가득하게 괴어 있는데, 그것을 보니까, 별안간 어찌 목이마른지 그냥 그 샘물을 손바닥으로 떠먹어보았더니, 어떻게나 그 물맛이 시원한지, 좋은 약주를 먹은 것 같습디다. 그래서 나는 그만 파랑새니 무어니 다 잊어버리고, 다섯 번이나 그 샘물을 퍼 먹었지.

 

그랬더니 속이 시 원하면서, 술 먹은 사람같이 마음이 상쾌한 중에, 그만 잠이 들어서 한참 동안이나 자다가 밤이 되니까, 어찌 추운지 그때서야 깨어 가지고 지금 돌아오는 길이오.”

 

하고 태연스럽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아이고! 그럼, 그 샘물이 필시 젊어지는 신령한 샘물이 던가보구려.”

 

하면서, 노파도 기꺼워하였으나, 큰일난 것은 영감님이 너무 젊어지고, 마나님은 그대로 있으니까. 마치 영감님은 마나님의 아들같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래서는 아니 되겠다고, 이튿날 새벽에 일찍이 일어나서 젊은 영감님이 늙은 마나님을 데리고, 산 속으로 샘물을 찾아가서 물을 떠 먹였습니다. 그러자 마나님도 스물두세 살쯤의 젊은 새색시가 되어 이주 기운차고 일 잘하는 젊은 내외가 되어 재미있게 살게 되었습니다.

 

게으름뱅이 욕심쟁이 홀아비 늙은이가 그것을 보고, 한 시 잠시도 참을 수가 없어서, 착한 새 젊은이를 보고, 그 샘물이 있는 곳을 가르쳐 달라 하였습니다. 마음 착한 새 젊은이는 싫단 말 아니하고 길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욕심 쟁이는 부리나케 한걸음에 갈 것같이 뛰었습니다.

 

욕심쟁이도 젊어져 가지고 돌아오려니 하고, 두 내외가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를 않았습니다. 저녁때가 되고 해가 져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밤중이 되어 캄캄해졌어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암만해도 의심이 가서, 새 젊은 내외는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서 산 속 샘물을 찾아갔습니다. 샘물 옆까지 와 보아도 욕심쟁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필경 늑대나 호랑이에게 물려간 모양이로군.”

 

하고 탄식을 하면서 근처를 찾노라니까, 이것 보십시오! 저쪽 바위틈에 크디큰 어른의 옷을 입은 갓난 어린애가 누워서,

 

“으앙 으앙!” 

 

하고 울고 있지 않겠습니까. 웬일인가 하고 뛰어가 보니, 옷은 분명히 욕심쟁이 늙은이가 입었던 옷인데, 옷 속에서 갓난아이가 

 

“으앙 으앙!” 

 

하고 울고 있으므로, 그 욕심쟁이 늙은이가 샘물을 퍼 먹을 때도 너무 욕심을 부려서, 한없이 많이 퍼 먹고, 젊다젊다 못해서, 아주 갓난아기가 된 것인 줄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새 젊은 내외는 깔깔깔 웃으면서, 

 

“우리 집에 어린애가 없어서 쓸쓸하니, 우리가 데려다 기릅시다.”

 

하고, 갓난아이를 안고 내려왔습니다.

 

마음 착한 내외에게 다시 길러져 자라난 후에는, 욕심도 없고 게으르지도 않은 좋은 사람이 되었을 것입니다.

<어린이>1923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