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산 밑에 아들도 없는 늙은이 내외가 살고 있 었습니다. 천냥(재산)이 없어서 가난하기는 하였지만, 영감 님이나 마나님이 똑같이 마음이 착해서, 남에게 폐를 끼치 거나 신세를 지지 아니하고 부지런히 일을 하면서 살아갔습니다.

 

그러나 그 이웃집에 마음 사납고, 게으르고, 욕심 많은 홀아비 한 영감이 있어서,날마다 낮잠만 자고 놀고 있으면서, 마음 착한 내외를 꾀거나 속여서 음식은 음식대로 먹고, 돈은 돈대로 속여서 빼앗아 가고 그러면서도 고맙다는 말 한 마디 하는 법 없이, 매양 두 내외를 괴롭게 굴고, 험담을 하고 돌아다녔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아는 동네 사람들은, 어떻게 욕심쟁이를 다시 잘 가르쳐서, 다시 길렀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미 늙은 사람을 어떻게 다시 길러 내거나 가르치는 수도 없고, 아무래도 별 수가 없었습니다.

 

참말 그 욕심쟁이 늙은이로 해서, 착한 영감 내외는 아 무리 힘을 들여 일을 하고 애를 써서 벌어도 밑바닥 깨진 독에 물 길어 붓는 것 같아서, 돈 한푼 모이지 않고, 단 하루도 편히 쉴 수가 없었습니다.

 

다 꼬부라진 허리를 쉬엄쉬엄 쉬어 가면서 죽을 고생을 들여서,이른 아침부터 밤 어둡기까지 산에 가서 나무를 모아다가 팔지 아니하면 그날 밥을 먹지 못하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러나 마음 착한 영감님은 조금도 이웃집 홀아비를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아니하였고, 다만 자기가 너무 늙어서 마음대로 벌이를 못 하게 되는 것만 한탄하면서, '조금만 더 젊었으면 좀 더 일을 많이 할 수가 있겠는데……’. 하 면서 지낼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중에 하루는 참말로 뜻밖에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그날도 다른 날과 같이 이른 아침에 산 속으로 나무하러 간 영감님이, 저녁때가 되어 마나님이 저녁밥을 차려 놓고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웬일일까 웬일일까 하고, 자주 산길을 내다보면서 기다려도 영감님은 오지 아니하였 습니다. 벌써 밤이 되었는데 어째 아니 올까 어째 아니 올까 하고, 앉았다 섰다 하면서, 갑갑히 기다려도 오지 아니 하였습니다.

 

‘늙은이가 산 속에서 혹시 다치지나 않았을까? 무슨 무서운 짐승에게 잡혀 가지나 않았나?’ 하고, 무 서운 의심과 겁이 벌컥 나서, 이웃집 욕심쟁이 늙은이를 보고, 암만해도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니,횃불을 들고 좀 찾아가 보아 달라 하니까, 의리도 모르고 은혜도 모르는 욕심쟁이 늙은이는, 

 

“이 밤중에 누가 찾으러 간단 말이오?”

 

라고 하면서, 고개도 들지 않았습니다.

 

하는 수 없어서 마나님이 혼자서라도 찾으러 가야겠다 고,짚신을신고횃불을켜들고문밖으로나섰습니다. 그러니까 그제서야 나뭇짐을 지고 어슬렁어슬렁 컴컴한 산길로 영감님이 오지 않겠습니까. 마나님은 어찌나 반가운 지 후닥닥 뛰어가서 손목을 잡으면서,

 

"아이고, 어서 오시오. 어떻게 걱정을 하였는지 모르겠소. 왜 이렇게 늦으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