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우리의 근·현대사를 보면서 분노하고 절망한 경험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공식적인 역사 기록만 들여다보면 특히 그러한 절망과 패배감이 더욱 깊어지기 쉽다. 당시의 민중사적인 삶에 대한 기록과 형상화는 그런 점에서 더욱 값이 나간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이 소설은 김동리의 <화랑의 후예>를 연상시키는 내용과 구조를 갖고 있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180도 다르다. 불우하고 일견 시대착오적으로 보이는 인물이지만, 이런 민중의 생생한 삶 가운데서 우리 민족이 단 한번도 절망하거나 좌절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거하고 있다.


[작가 소개]

이태준(李泰俊, 1904-?) : 소설가. 호 상허(尙虛)·상허당주인(尙虛堂主人). 강원 철원 출생. 어려서 부모를 잃고 힘겨운 밑바닥 생활을 보냈다. 휘문고보를 나와 일본 조치(上智)대학에서 수학했으며 <오몽녀(五夢女)>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구인회(九人會)에 가담했고, 이화여전 강사, <조선중앙일보> 학예부장을 역임했다. <가마귀> <달밤> <복덕방> 등의 단편은 인물과 성격의 내관적(內觀的) 묘사로 한국현대 소설 기법의 바탕을 이룩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장>지를 주관하다가 광복 후 '조선문학가동맹'에서 활동했으며 이후 월북했다. 소설집 <구원(久遠)의 여상(女像)> 외에 <해방전후> 등 작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