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태양

 

 

귀찮게 간섭하는 늙은 바보, 다루기 힘든 태양

 

너는 왜 이렇게

 

창문을 뚫고, 커텐마저 제치고 우리를 찾아오는 거야?

 

너의 움직임을 따라서, 사랑하는 연인들의 계절도 바뀌어야 하는 거야?

 

아는 척하는 건방진 녀석, 가서 소리나 지르렴

 

지각한 학생들, 시무룩한 일꾼들

 

궁정의 사냥꾼들에게 가서 일러라, 임금님이 이제 사냥 떠나신다고

 

시골의 개미를 추수에 불러라

 

사랑은 모두 똑같다, 계절도 모르고,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세월의 토막들인 시간도, 하루하루도, 한 달이 지나가도

 

 

왜 너는 스스로 네 빛이 그리도 거룩하고

 

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내가 눈만 깜박거려도 너는 일식(日蝕)이 되고, 구름이 끼고 말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 오래 못보는 것만 아니라면

 

그 여인의 눈이 네의 빛을 눈멀게 하지 않았다면

 

보라, 그리고 내일 느즈막하게 내게 말하라

 

향료와 금광, 이 두 가지를 갖춘 인디아가

 

네가 두고온 곳에 있는지, 아니면 여기 나와 함께 누워 있는지

 

네가 어제 본 왕들의 안부를 물어보렴

 

그러면 너는 듣게 될 것이야, 그들이 모두 여기에서 한 침대에 누워 있다는 소식을

 

그녀는 모든 나라요, 나는 그 모든 나라의 왕인 것을

 

다른 것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아

 

왕들은 다만 우리를 흉내내는 것일 뿐, 우리에 비하면

 

모든 명예는 모방, 모든 재산은 가짜

 

너 태양아, 우리의 절반만큼이라도 행복해다오

 

세계가 이렇게 작아졌다는 점에서

 

늙은 태양, 너는 이제 쉴 필요가 있어, 그리고 네 임무는

 

온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니, 우리 사랑하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하면 그만인 것을

 

여기 우리를 비춰다오, 그러면 너는 바로 온세상을 비추는 것이니

 

이 침대는 너의 중심, 이 벽은 너의 천계(天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