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사랑'이라고 하면 벌써 사랑은 아닙니다.
사랑을 이름지을 만한 말이나 글이 어데 있습니까.
미소에 눌려서 괴로운 듯한 장미 빛 입술인들 그것을 스칠 수가 있습니까.
눈물의 뒤에 숨어서 슬픔의 흑암면(黑闇面)을 반사하는 가을 물결의 눈인들 그것을 비칠 수가 있습니까.
그림자 없는 구름을 거쳐서 메아리 없는 절벽을 거쳐서 마음이 갈 수 없는 바다를 거쳐서 존재. 존재입니다.
그 나라는 국경이 없습니다. 수명은 시간이 아닙니다.
사랑의 존재는 님의 눈과 마음도 알지 못합니다.
사랑의 비밀은 다만 님의 수건에 수놓는 바늘과 님의 심으신 꽃나무와 님의 잠과 시인의 상상과 그들만이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