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is Gymnopedies>
매끄럽고 장중한 명곡들에 다소 물렸다면 에릭 사티의 피아노 곡들을 한번 들어볼만 하다.
그의 음악은 깊은 산 속에서 솟아난 샘물처럼 맑고 투명해서 세속의 거짓에 지친 정신을 정화시켜 줄 것이다. 다만 조건이 있다. 사티의 음악은 정직하지 않거나 너무 약아빠진 사람에겐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에릭 사티(Erik Satie, 1866-1925)는 인상주의가 한창 꽃피우던 시기에 활동했으나 그의 음악은 이단으로 취급될 정도로 너무 독특해서 뒷골목 가난뱅이 예술가로 살다가 갔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특히 1980년 이후 그의 음악은 대단한 대중적 인기를 끌게 되고 특히 환경 캠페인용으로, 혹은 상업용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가장 비세속적인 것이 가장 상업적 유혹의 매개물이 되다니 좀 그렇다.
에릭 사티 음악은 몇 개의 발레 작품, 노래 모음집을 제외하면 대부분 소품 성격의 피아노독주곡으로 50여 곡에 이른다. 그 가운데 3곡 연작인 이 <짐노페디>가 사티 음악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고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사티 음악의 특성은 작은 악절을 반복 사용하는 단순한 기법, 매우 정적인 리듬, 움직임과 감성의 절제 혹은 배제 등으로 요약된다. 이런 특성으로 그는 청정한 무공해음악을 만들어낸 것이다. 여기 소개하는 세 개의 짐노페디는 1888년 그가 22세 때 쓴 초기 작품으로 다다이즘과 밀교적 성향이 강했던 젊은 시절의 경향을 잘 보여준다.
짐노페디는 고대 스파르타의 연중행사인 제전의 한 명칭으로 나체의 젊은이들이 여러날 동안 합창과 군무로 신을 찬양하던 행사였다. 사티는 까마득한 이 고대 제전의 춤을 피아노 모음곡으로 그려낸 것이다. 그것은 다소 몽상적인 취향이긴 하나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의 다른 피아노곡에도 중세나 고대 유물과 이야기에서 소재를 취한 것이 적지 않다. 이 곡을 들어보면 고대 제전에서 추는 느린 춤동작의 광경이 연상되고 시공을 초월한 영혼의 울림이 아득한 천상에서 울리는 것 같다.
*파스칼 로제와 라인버트 리우의 연주입니다.
<Erik Satie: Gymnopédie nº 1 - Reinbert De Leeuw>
http://www.youtube.com/watch?v=Yl7fK23F5QU
<Pascal Rogé (Erik Satie) Gymnopedie No 1, 2, 3 (After The Rain)>
http://www.youtube.com/watch?v=XWbsEoqO4K0
* 이정숙 님이 업데이트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