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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mposition

L. A. 스트롱
 


[소개]

누구나 한 번쯤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을까. 자기보다 나이도 어린 학생에게 잘해주고 싶은데, 그 대상은 그걸 거부하고 게다가 묘한 수단으로 오히려 교사에게 대항한다. 화가 나지만, 그런 자기의 감정 때문에 학생에게 불공정하게 대하게 될까 봐 그게 두렵다. 게다가 공정해지려는 자기의 노력이 끝내 검증될 기회마저 사라져 버린다면... 그 교사의 심정은 어떨까. 소품이지만, 미묘한 심리적인 상황 전개가 흥미롭다.

 
[작가 소개]

L. A. 스트롱(Leonard Alfred George Strong, 1896-1958) : 영국의 시인, 소설가. BBC 방송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의 소설은 줄거리가 돌발적이고, 이야기 전개의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는다. 간결한 문체와 예리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육 점."

"선생님!"

"받아들일 수 없는 모양이군, 그럼 오 점으로 깎아주지."

"억울합니다, 선생님!"

"러셀 군, 잘 알아둬. 내 채점에 불만이 있으면 언제든지 고쳐 주겠어. 점수를 깎아주겠단 말이야."

"선생님! 너무하세요."

"이만하면 됐나? 아직도 불만이라면 더 고쳐 줄 수도 있어."

학생은 어이가 없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은근히 구박을 받고 있다고 느낀 학생은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했다.

로저 챈퍼넌 선생은 고개를 숙이고 교과서를 들여다보았다. 아랫배에 힘을 주고 두 손을 마주 잡았다. 뭐 그렇게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교과서의 다음 몇 줄을 유심히 살펴봤다. 일부러 어려운 부분을 골라 준 것은 아니다. 주의하지 않으면 틀리기 쉬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떳떳하지 못한 짓일까. 그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심리학적으로 학생의 성격을 판단해서 실수하기 쉬운 문제를 시킨다는 것은? 하지만 저 바보 같은 학생은 단어의 뜻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지 않은가.

"핸더슨, 네가 한 번 해석해보렴."

단정하게 생긴, 금발 머리 소년이 놀란 듯 고개를 번쩍 들었다.

"저 말씀입니까? 선생님."

"네 이름이 핸더슨 아니던가?"

"그렇습니다."

"이름 부르는 소리 못 들었나?"

"들었습니다, 선생님."

챈퍼넌은 순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학생의 푸른 눈을 힐끔 쳐다보았다.

"이 문장을 해석해 봐. 그래서 좋은 점수를 딸 수 있도록 말이야."

소년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양쪽 팔 소매를 약간 걷어 올리고 바지를 치켜 올리고는 책상 앞에 반듯하게 앉아 자세를 똑바로 했다. 다시 한 번 남을 깔보는 듯한 미소를 짓고는 교과서를 보았다. 순간적으로 그는 문제를 훑어보고 눈썹을 찌푸렸다.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것이다. 지금 그의 태도는 자기가 지정 받은 문제가 무척 까다롭다는 것을 일부러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저..."

"빨리 해라." 챈퍼넌은 낮은 음성으로 가까스로 이렇게 말했다. 말을 뱉어놓고는 스스로에게 타이르듯 속으로 중얼거렸다. 바보, 바보, 얕보이면 안 돼.

"선생님, 잘 모르겠습니다."

"신경을 써서 한 번 해봐." 챈퍼넌은 다시 말했다.

소년은 다시 한 번 교과서를 들여다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데..." 그는 라틴어를 읽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혹은 그 이래..." 그는 읽는 것을 멈추고 재롱을 부리고 난 뒤 주인의 칭찬을 기다리는 개처럼 챈퍼넌을 바라봤다. 챈퍼넌은 자기 교과서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인데..." 핸더슨은 되풀이했다.

"그 이래... 혹은 그로부터... 아니, 그 이래... 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래 '아트로큐스 겔타멘..." 그는 말이 막혔다. "잔학한 싸움이..."

챈퍼넌은 이상한 소리를 질렀다.

"틀렸습니까, 선생님?" 듣는 사람은 기분이 좋았지만, 소년은 당황한 것처럼 몸 둘 바를 모르며 물었다.

"다키도스(로마의 역사가)는 알고 있을 테지." 교사는 비꼬는 듯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가끔 동사를 빠트리는 버릇이 있어."

"그렇습니다, 선생님. 그는 부주의한 작가입니다."

"뭐라구?"

"네, 선생님. 그 사실은 다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너는 왜 같은 잘못을 자꾸 거듭하나?"

"선생님, 버나드 쇼도 '인간은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는 존재'라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챈퍼넌은 기가 막혔다. 이 학생은 일부러 내 화를 돋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경 쓸 필요는 없어. 학생들 앞에서 웃음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핸더슨은 분명 이 문제를 풀지 못했다. 챈퍼넌에게 미움을 받고 있으니 분명 어려운 문제를 시킬 것이라고 미리 짐작하고, 까다로운 단어가 있는 어려운 문제만 준비해 왔음에 틀림 없다. 그러나 챈퍼넌은 핸더슨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한 수 앞질러서 쉬운 것을 시킨 것이었다. 이 추측은 맞아 떨어졌다. 이제 가만히 앉아서 이 수업 태도가 좋지 못한 학생이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것을 기다리면 된다.

챈퍼넌은 어떤 충동이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적절한 심판을 내려야 할 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핸더슨, 너는 제대로 예습을 해오지 않았으니까 오늘 오후에는 교실에 남아서 보충 수업을 하고 가도록 해라."

"보충 수업이라구요, 선생님?"

"예습해오지 않은 문제를 제대로 하고 가야지."

"선생님, 죄송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고개를 흔들며 소년은 그 푸른 눈에 슬픈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건 왜?"

"네, 베번 교장 선생님과 크리켓 연습을 하기로 했습니다."

챈퍼넌은 억지로 꾹 참았다.

"그렇다면 좋다. 내일 오후에 남아서 해라."

"내일도 역시 곤란합니다. 실체스터에서 시합이 있거든요."





이것은 근본 원칙에 어긋나는 문제였다. 챈퍼넌은 그런 점에서 이런 현상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지난 몇 주일 동안 그의 머리 속에서는 핸더슨 문제가 떠나지 않았다. 그는 이 학생을 좋아해 보려고 무척 노력했다. 그와 친해지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될 수 없었다.

이 소년은 아무 이유도 없이 끈질기게 그를 조롱했다. 더욱 곤란한 것은 그러면서도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교묘하게 피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이 학생을 지나치게 미워하거나 마음에 둘 필요는 없다고 챈퍼넌은 스스로를 타이르곤 했다. 이것은 근본 원칙이란 점에 근거해서 접근해야 할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가 예측한 대로 핸더슨은 시합이 끝난 다음 날에도 용케 구실을 대고 오후 보충 수업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베번 교장 선생과 만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챈퍼넌은 화가 치밀어 견딜 수 없었다. 그는 점심 시간 후 교장실로 들어갔다. 그는 꾸벅 인사를 하고 나서 말도 꺼내기 전부터 그만 귀 밑까지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어서 오시오." 아직 젊으면서도 대머리가 벗겨진 교장은 그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마 지난 번 그 문제겠지요?"

챈퍼넌은 흥분을 억눌렀다. 그는 처음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교장은 크리켓을 좋아했다. 그래서 크리켓을 잘하는 핸더슨이야말로 손을 댈 수 없는 마치 금단의 열매처럼 소중하게 여겼다. 게다가 이 소년은 지난 번 시합에서 무려 74점이나 따내지 않았는가.

"좋습니다." 잠시 후 챈퍼넌은 말했다. "교장 선생님 마음대로 하십시오. 그러나, 학생을 차별 대우하시면 저는 담임한 학급을 다루기 힘들게 됩니다. 특히..."

교장은 고개를 들었으나 굳이 그 말에 반박하려고 들지는 않았다.

"차별 대우라고 말할 것까지는 없겠지요, 챈퍼넌 선생."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학생들은 이해할 겁니다. 오해 같은 건 하지 않을 거에요."

"교장 선생님, 하지만 저는 이번 일로 무척 난처해졌습니다."

"챈퍼넌 선생, 너무 지나치게 생각하시는 겁니다." 교장은 따뜻한 말투로 얘기했다.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을 너무 크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역시 잘못된 생각입니다."

챈퍼넌은 창백한 얼굴로 도전하듯 버티고 서 있었다.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교장 선생님."

"무슨 일 말입니까?"

"두 주일 전에 핸더슨이 숙제를 안 해 와서 제가 수업이 끝난 후 남겨 놓았습니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 교장 선생님이 그 학생을 용서해 주셨습니다. 그러니까 그 학생은 더 우쭐해졌단 말입니다. 그 놈은 요즘 공공연히 제게 도전해 오고 있습니다. 핸더슨이나, 그리고 다른 학생들까지도 교장 선생님이 그를 감싸주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교장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획 돌아 앉았다.

"좋소! 잘 알았습니다." 교장은 고개만 이쪽으로 돌리고 도전하듯 말했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챈퍼넌 선생, 마음대로요!"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오후였다. 세 시 이십 분이 된 것을 보고 챈퍼넌은 바깥 공기를 쏘이려고 밖으로 나갈 참이었다. 유리창을 모조리 열어 놓아 교실이 텅 비어 있는데도 공기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의 눈 앞에 핸더슨의 숙제 노트가 펼쳐져 있었다. 그는 이 숙제 노트 한 권을 이십 분씩이나 들여다보고 있었다. 열심히 틀린 곳을 찾아 눈을 굴렸지만 정작 채점은 공정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이상하게 점수를 좋게 주고 있었다.

핸더슨은 아직도 지난 번에 챈퍼넌이 시킨 숙제를 해오지 않고 있었다. 베번 교장은 여전히 여러 가지 구실을 붙여 핸더슨을 크리켓 연습장에 붙잡아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숙제를 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반드시 시켜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숙제를 시키고야 말겠다! 챈퍼넌은 결심했다. 그 숙제를 교장이 못하게 할 정도라면 사표를 내는 것이 낫다. 끝까지 철저하게 해야 한다.

그는 피곤한 듯, 쌓인 연습장들을 책상 서랍 속에 집어넣고 쾅 소리 내어 닫았다. 그는 운동장으로 나갔다. 교내 예배당 모퉁이를 돌아선 순간 그는 몇 명의 학생들과 마주쳤다. 그들은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몸이 축 늘어진 학생을 떠메고 가는 중이었다.

"핸더슨입니다... 네트 안으로... 공이 정면으로 들어와서... 그 네트는 언제나 위험하다고들 그랬는데... 관자놀이에 정통으로 맞았어요... 제일 경기 성적이 좋은 녀석인데..."

학교 전체가 다섯 시까지 어두운 구름에 휩싸인 것 같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 다친 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발표가 나왔다. 학생이 이제 괜찮으니까 보통 때처럼 지내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의사가 진단한 결과 역시 상처는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챈퍼넌은 여섯 시 반경 망서리던 끝에 병실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는 당연히 면회를 허락 받았다. 그리고 그가 그 학생의 상태를 걱정하는 것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는 그 소년의 담임 선생 아닌가.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그는 납으로 모서리를 두른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계단을 지나 벽에 소화기가 걸려 있을 뿐 아무 장식도 없는 복도를 걸어갔다. 녹색 천으로 커텐을 드리운 문을 열다가 그는 병실 안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췄다.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간호부장님. 취침 시간까지는 이대로 두시고 학생들이 잠든 뒤에는 제 방으로 보내 주세요."

"안 됩니다, 교장 선생님. 오늘은 밤새 여기 누워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저도 같이 밤을 새겠어요."

"아니, 간호부장님. 그렇게 하면 다들 부상이 무척 심각한 것으로 알 겁니다.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스레이더 선생이 진찰한 얘기를 들으셨지요? 너무 중병 환자 취급을 하면 시끄러워지고 나쁜 인상만 줄 겁니다. 이미 전교가 떠들석해졌어요. 이제 돌려 보내야 합니다."

"아닙니다, 교장 선생님. 저에겐 제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간호부장님..."

챈퍼넌은 돌아서서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지금 들어가는 것은 현명치 않다. 조금 있다가 다시 오는 것이 좋겠다...

다음날 아침, 그는 아침 식사 시간에 좀 늦었다. 학생들은 모두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는 학생들의 인사를 받고 어색함과 기쁨의 감정이 얽힌 그런 상태로 자기 자리로 걸어갔다. 그는 식당에서 인사한 학생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뭔가 어리둥절한 기분이었다.

식당 안 쪽 테이블까지 걸어온 그는 교장의 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식당 안에 있는 교직원은 겨우 세 사람 뿐이었다. 모두 표정이 어두웠다.

"얘기 못 들었습니까?"

"무슨 얘기 말입니까?"

"핸더슨 말입니다."

"핸더슨? 핸더슨이 뭐가 어쨌단 말입니까?"

"어젯밤에 그 학생이 죽었습니다."

"뭐요? 거짓말... 설마 그럴 리가 있나?"

"정말입니다. 밤중에 갑자기 침대에서 일어나 앉더래요. 그리고 눈을 치켜 뜨고 큰 소리를 지르며 쓰러지더니 그 자리에서 죽어 버렸다는 거에요."

챈퍼넌은 자기 주위 방 안이 빙빙 돌기 시작하는 착각을 느꼈다. 의식이 몽롱해지면서 그는 다른 사람들이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어쨌든 이번 일로 간호부장의 주가만 오르게 됐어. 그 여자는 어젯밤 철야를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는 거야. 운이 좋았던 거야. 이제 검시를 할 텐데, 교장은 어젯밤 간호부장이 고집을 피워 자기 말을 듣지 않은 것에 감사를 드려야 할 걸?"

정신을 차려 주위를 제대로 알아보게 됐지만, 챈퍼넌은 식욕이 생기질 않았다. 그는 커피만 한 두 모금 마시고 식당을 나왔다. 식당 문간에서 그거 보라는 듯, 의식적으로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간호부장을 스쳤다. 2분쯤 지나서 챈퍼넌은 교장실 문을 노크하고 있었다. "지금은 만날 수 없어요. 챈퍼넌 선생, 나는 지금 매우 바쁩니다."

"저는 이것 때문에 왔습니다... 사표를 내러 왔을 뿐입니다."

교장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돌아 앉았다. 그리고 신경질적으로 서류를 뒤적였다. 창백하고 병자 같은, 주름 투성이의 노인 같은 얼굴이었다.

"알았어요, 알았어. 자 나중에 봅시다. 지금은 아무래도 챈퍼넌 선생과 앉아서 이야기할 수가 없으니까..."

"챈퍼넌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라 발을 굴렀다.

"저는 그만 두는 겁니다." 그는 외쳤다. "사직한단 말입니다. 아시겠어요? 사직을 하는 거라구요!"

이렇게 내뱉고 그는 획 돌아서 나왔다. 그는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훌쩍거리면서 복도를 구르듯이 뛰어갔다. 복도가 꺾이는 곳에서 그는 동료 교사와 부딪혔다. 그 젊은 교사는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그리고 그가 달려가는 뒷모습을 열심히 눈으로 쫓다가 낮고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대단하군." 그는 놀랐다는 듯이 소리쳤다. "저 사람이 저럴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걸..."

그러나 챈퍼넌은 학생의 죽음을 슬퍼하며 우는 것은 아니었다. 갑자기 온 몸을 엄습해오는 무엇인가 때문에 그는 울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자기가 한 사람의 교사로서 어떤 자리에 서게 되었는지, 어떤 식으로 취급 당하고 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슬프지는 않았다. 오직 핸더슨을 놓쳐 버렸고 그에게 한 대 얻어 맞았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그는 미칠 것 같은 심정이었다. 그 날 오후라도 병실로 달려 가서 시체라고 끌고 와서 아무도 없는 교실 책상에 앉혀 놓고, 공정한 판결을 내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모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