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rden Party
캐더린 맨스필드
[소개]
화창하고 맑은 날씨… 가든파티가 열리는 날이다. 준비는 아무 차질 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근처에 사는 마차꾼이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로라는 가든파티가 열릴 수 없을 것이라고 믿고, 그렇게 가족들에게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은 오히려 로라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잘것없는 마차꾼의 죽음에 그들이 아픔을 느껴야 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로라는 어렸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벽'을 자신과 가족 사이에서 발견할 수밖에 없다. 삶과 죽음, 유한 계급과 노동 계급, 가족과 가족… 인간의 삶에서 불가피하게 만나는 이런 간격을 이렇게 절묘하게 묘사한 작품도 드물 것 같다. 성장 소설은 아니지만, 짧은 하루의 사건을 통해 철부지 소녀에서 성인으로 아픈 성숙을 경험하는 구성도 재미있다.
[작가 소개]
캐더린 맨스필드(Katherine Mansfield, 1888-1923) : 영국의 여성 소설가. 뉴질랜드의 웰링턴에서 출생. 14살에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의 퀸즈칼리지에서 수학. 첫 결혼이 깨어지자 남성에게 버림받은 고독한 여성을 그린 <독일의 하숙에서>를 발표해 특이한 감성과 섬세한 스타일의 작가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옥스퍼드대학 학생이던 J.M.머리와 사귀면서 그때부터 그가 경영하던 <리듬>과 <더 블루 리뷰>에 작품을 발표하였다.
<행복> <가든파티> <비둘기의 둥지> <어린애다운 것> 등 작품으로 체홉과 비교되기도 했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를 주로 다루었지만 소녀다운 예리한 감성으로 삶을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가 잘 나타난다. 평생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다 35세에 파리 근처 한 요양원에서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백화점에 주문을 해도 이보다 더 가든파티에 어울리는 날씨를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바람도 없고 따뜻하며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푸른 하늘에 초여름 날씨면 이따금씩 볼 수 있는 옅은 금빛 안개가 끼어있을 뿐이다. 뜰을 손질하는 사나이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잔디를 깎고 다듬고 있었다. 데이지를 심었던 곳의 검고 편평한 장미무늬를 새긴 돌이 빛나고 있었다.
장미꽃이야말로 가든파티의 장식으로 사람들이 눈요기하는 데 가장 잘 어울리는 꽃이다. 오직 이 꽃만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그러한 사실을 누구나 분명히 알고 있다. 장미 자신도 아마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기에 단 하룻밤 사이에 무려 몇 백 송이, 말 그대로 몇 백 송이나 되는 꽃이 순식간에 피어난 것이다. 녹색의 나무들은 마치 천사의 방문을 받은 것처럼 꽃을 향해 몸을 굽히고 있다.
아침식사가 끝나기도 전에 남자들이 커다란 천막을 치러 왔다.
"천막을 어디에 치면 좋을까요, 엄마?"
"얘 좀 봐, 나한테 물어봐야 소용없어. 올해는 너희들에게 모든 걸 맡기기로 했으니까 말이야. 나를 엄마라고 생각하지 말고, 특별한 손님 정도로 봐야 할 거야."
그러나 메그는 도저히 남자들에게 가서 이것저것 일을 시킬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그녀는 아침 식사 직전에 머리를 감아서 머리에 녹색 터번을 두르고 있었다. 그런 모습으로 젖은 밤색 머리카락을 두 볼에 찰싹 붙인 채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멋장이 조즈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비단 페티코트에 긴 웃저고리를 걸치고 식사를 하러 내려왔다.
"로라, 네가 가 보렴. 넌 말이야, 굉장한 예술가니까 말이야."
로라는 버터 빵을 손에 든 채 뛰어갔다. 무엇보다 집 밖에서 무엇을 먹을 핑계거리가 생겼으니 이렇게 좋을 수 없다. 게다가 그녀는 이것저것 판단하고 결정 내리기를 아주 좋아했다. 스스로 그런 일은 누구보다도 잘할 수 있다고 언제나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셔츠바람의 남자 네 사람이 정원 가운데 작은 길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천막을 장대에 둘둘 감은 것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어깨에는 모두 커다란 연장 주머니를 메고 있었다. 그 모습에는 어딘지 사람을 압도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로라는 속으로 버터 빵을 손에 쥐고 있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 그것을 둘 데도 없고, 그렇다고 던져버리는 건 더욱 말이 안된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고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어딘지 근시 비슷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어머니 목소리를 흉내내서 말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너무나 꾸며대는 모습이 뚜렷했다. 그녀는 어린애처럼 부끄러워서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저, 그러니까… 당신들은 저… 천막 때문에 그러시죠?"
"그렇습니다, 아가씨."
그들 중 키가 제일 큰 남자가 대답했다. 키가 후리후리하게 크고 얼굴에 주근깨가 있는 남자였다. 그는 연장 주머니를 조금 들썩이더니 밀짚모자를 뒤로 젖히고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일 때문에 이렇게 왔습니다."
남자의 미소는 매우 상냥하고 친밀감이 있었다. 로라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 사람의 눈은 정말 보기가 좋구나. 검은빛이 도는 푸른 눈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딴 사람들에게 눈을 돌렸다. 그들 역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기운을 내세요. 당신을 물어뜯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들의 미소는 마치 이렇게 그녀를 격려하는 것 같았다.
이 사람들은 정말 모두 좋은 사람들이야! 게다가 아주 상쾌한 아침이고 말이야!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지. 이 사람들을 사무적으로 대하지 않으면 안돼. 천막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저기 백합이 있는 잔디밭 쪽이 어떨까요? 그곳이라면 괜찮지 않아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버터 빵을 들지 않은 손으로 잔디밭의 백합이 있는 쪽을 가리켰다. 남자들은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다. 뚱뚱하고 작달막한 남자가 아랫입술을 내밀었다. 키 큰 남자는 얼굴을 찌푸렸다.
"별로 좋지 않은데요."
키 큰 남자가 말했다.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장소군요. 이렇게 큰 천막 같은 것은 말이죠…"
그는 마음이 느긋해진 모양이었다. 로라 쪽을 돌아다보며 말했다-
"어디든 눈에 확 띄는 곳에 세워야 한답니다. 제 말대로 하시는 게 좋습니다."
로라는 응석받이로 자라났다. 그래서 일꾼이 자기에게 '눈에 확 띄는'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실례라고 잠깐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뜻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테니스 코트 구석 쪽은 어때요?"
그녀는 다시 한 번 말해 보았다.
"그런데 그 쪽 구석에는 악단이 들어가야 하거든요…"
"그래요? 악단이 올 예정입니까?"
다른 일꾼 한 사람이 말했다. 얼굴이 창백하고 눈자위에 그늘이 앉은 남자였다. 그 눈으로 테니스 코트를 살펴보는 모습이 어딘지 초조해 보였다. 저 사람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지만 아주 규모가 작은 악단이에요."
로라는 조용히 말했다. 악단이 큰가 작은가 하는 문제는 이 남자에게 관심 밖의 일일 것이다. 그때 키 큰 남자가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아가씨, 저기가 어떻습니까? 저기 저 나무 앞 말입니다. 저기라면 아주 적당한데요."
그는 지금 카라카 나무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카라카 나무가 가려서 보이지 않게 된다.
넓고 반짝거리는 잎사귀를 가진 나무였다. 노란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저렇게 아름다운 나무인데… 황량한 외딴 섬에 혼자서 의연하게 서 있는 모습 같다. 잎과 열매를 햇빛에 드러내면서 이른바 눈부신 고요 속에 서 있다는 느낌을 주는 나무였다. 저런 나무를 천막 때문에 보이지 않게 할 수는 없지!
하지만 결국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남자들은 이미 막대기를 어깨에 메고 그곳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키 큰 남자만 혼자 뒤에 남았다. 그는 허리를 굽혀 자그마한 라벤더 가지를 집어들더니 손으로 문질렀다. 그리고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코에 갖다 대고 그 냄새를 맡았다.
로라는 그의 행동을 보면서 카라카 나무 따위는 그만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런 것 - 라벤더 냄새에 마음을 쓸 수 있는 남자에게 그만 감동해버린 것이다. 지금까지 그녀가 알고 있는 사람 가운데 도대체 몇 사람이나 이렇게 행동할 수 있을 것인가.
아아, 이 일꾼은 정말 멋있는 사람이야… 그녀는 생각했다. 같이 춤을 추기도 하고, 일요일 밤에 집으로 와서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하는 저 멍청한 남자 친구들보다 이런 일꾼을 친구로 삼는 게 훨씬 나을 거야… 이런 사람들하고는 훨씬 더 사이좋게 지낼 수 있으련만!
이 모든 게 다 말도 안 되는 계급 차별 때문이야. 그녀는 이렇게 판단했다. 키 큰 남자는 봉투 뒤에 무언가 계속 그리고 있었다. 둥글게 매듭을 짓던가 아니면 그대로 늘어뜨려 놓을 것인가 하는 작업 계획이었다. 그녀는 그러한 동작에서 계급의 차이 따위는 느끼지 않았다. 그런 생각 따위는 조금도 없다. 정말 눈곱만큼도 없다… 그때 쿵쿵 뭔가 두드리는 나무망치 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사람은 휘파람을 불고 어떤 사람은 커다랗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쪽은 어때, 형제?"
형제라니! 얼마나 다정한 말인가!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로라는 자기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그리고 그들을 얼마나 흉허물없이 느끼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자산이 하찮은 인습 따위는 마음껏 경멸하고 있다는 것을 그 키 큰 남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로라는 그 작은 봉투에 그려진 것을 바라보면서 버터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녀는 자기 자신도 노동 계급의 여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로라, 로라야, 어디 있니? 전화가 왔다, 로라!"
집안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곧 갈께요."
그녀는 경쾌하게 잔디를 뛰어넘고, 계단을 올라, 베란다를 가로질러 현관으로 들어갔다. 현관 홀에서는 아버지와 로리가 사무실에 나갈 준비를 하느라고 솔로 모자를 털고 있었다.
"이봐, 로라."
로리가 빠르게 말했다.
"점심 때까지는 내 윗도리 주름을 좀 폈으면 좋겠는데… 좀 봐 주지 않을래? 다림질을 해야 할지 어떨지 좀 봐 줘."
"그래, 알았어."
그녀는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갑자기 마음을 억제할 수가 없어서 로리에게 뛰어들어 재빨리 그를 끌어안았다.
"난 정말 파티가 좋아. 그렇지 않아, 오빠?"
로라는 숨이 차서 말했다.
"그럼, 좋구말구!"
로리 역시 따뜻하고 앳된 목소리로 말하면서 또한 동생을 꽉 껴안아 주었다. 그리고 나서 그녀를 살짝 떼어놓았다.
"자, 어서 가서 전화를 받아야지."
맞아, 전화가 왔다고 그랬지, 참.
"그래, 그래, 키티구나, 잘 있었어? 점심식사 때에 오지 않겠니? 그래, 오렴. 물론 네가 오면 좋지. 뭐 그냥 이것저것 있는대로 만든 식사야. 샌드위치 몇 조각이랑, 메링과자 조각들이 남아 있어. 그래, 정말 오늘 아침은 어쩜 이렇게 날씨가 좋을까? 너 흰 옷을 입고 올 거니? 응, 응, 나도 꼭 그렇게 할 거야. 잠깐만 기다려 - 끊지 말고. 지금 엄마가 부르고 계셔."
이렇게 말하며 로라는 자리에 걸터앉아 몸을 뒤로 젖혔다.
"엄마, 뭐라구요? 잘 안 들려요!"
세리던 부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계단 위에서 들려왔다.
"요 전번 일요일에 썼던 그 멋진 모자를 쓰고 오라고 그러렴."
"엄마가 말이야, 네가 지난번 일요일에 썼던 그 멋진 모자를 다시 쓰고 오라고 그러셨어. 그래, 좋아. 그럼 한 시에 보는 거야, 안녕."
로라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머리 위로 두 팔을 올려 심호흡을 하면서 팔을 쭉 뻗었다가 다시 얌전하게 내렸다. 그리고 나서 로라는 후우 한숨을 내쉬고는 재빨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온 집의 문은 모조리 다 열려 있는 것 같았다.
집안은 조용했다. 하지만 분주한 발소리와 여기저기 바쁘게 다니는 사람들의 말소리로 생기가 넘치는 것 같았다. 주방으로 통하는, 초록색 니스를 바른 문이 계속 열렸다 닫혔다 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이번에는 킥킥거리는 길고 이상한 웃음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딱딱한 바퀴가 달린 무거운 피아노를 옮기고 있는 것이었다.
아유, 이 공기 좀 봐! 주의해서 살펴보면 오늘은 여느 때와 공기가 움직이는 것조차 다른 것 같다.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가느다란 바람이 숨박꼭질을 하면서 창문 위에서 들어와 다른 문으로 나간다. 햇빛을 받은 두 개의 작은 그림자가 하나는 잉크 빛, 또 하나는 은빛 사진액자에서 반짝반짝 장난을 치고 있다. 귀여운 두 개의 작은 점, 잉크병 위에 드리워진 것은 더욱 귀엽다. 따뜻한 느낌이 든다. 그것은 따뜻하고 귀여운 은빛 별 같았다. 그녀는 그것에 키스를 하고 싶었다.
현관의 벨이 울리고 세이디의 치마가 날렵하게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남자가 뭐라고 낮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세이디는 무관심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있었다.
"전 잘 모르겠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세리던 마나님께 물어보고 올 테니까."
"왜 그러니, 세이디?"
로라는 현관의 홀로 걸어갔다.
"꽃가게 사람이에요, 아가씨."
사실이었다. 현관을 바로 들어선 곳의 넓직하고 속이 얕은 화분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핑크빛 백합꽃이 가득 담겨 있었다. 모두 백합뿐, 다른 꽃은 없다. 활짝 핀 칸나 백합의 커다란 핑크빛 꽃이 햇살을 가득 받아 짙푸른 가지 위에서 말할 수 없이 싱그러운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오오, 세이디!"
로라는 말했다. 그 목소리는 거의 신음 소리에 가까웠다. 그녀는 마치 그 백합의 빨간 불꽃에 몸을 쬐이듯 허리를 굽혔다. 손가락 사이에, 입술에, 또는 가슴 속에 백합꽃의 불길이 타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뭔가 잘못 배달된 것 아닐까?"
그녀는 속삭이듯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꽃을 어마어마하게 주문한 사람은 없을 텐데… 세이디, 가서 어머니를 찾아봐."
마침 그때 세리던 부인이 나타났다.
"잘못 배달된 게 아니란다."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내가 주문한 거란다. 어때, 예쁘지 않니?"
그녀는 로라의 팔을 부드럽게 잡았다.
"어제 가게 앞을 지나다가 우연히 이 꽃들이 진열돼 있는 것을 보았단다. 그래서 갑자기,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칸나 백합을 마음껏 사보고 싶었어. 실은 가든파티가 좋은 핑계가 된 셈이야."
"하지만 엄마는 가든파티에 전혀 참견하지 않겠다고 그러시지 않았어요? 하지만 정말 이렇게 훌륭한…"
로라가 말했다. 세이디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꽃집 남자는 아직 현관 밖 수레 옆에 서 있었다. 그녀는 어머니 목에 팔을 감고 부드럽게 아주 조용히 어머니의 귀를 자근자근 깨물었다.
"하지만 얘야, 너도 융통성이 없는 엄마는 싫겠지. 그러니 이제 그만해 두렴, 봐라, 저기 꽃집 아저씨도 보고 있지 않니."
꽃가게 사람은 다시 백합꽃이 가득 담긴 화분을 들고 들어오고 있었다.
"현관 들어오는 통로 양쪽에 한 줄로 나란히 놓아주세요."
세리던 부인이 말했다.
"얘, 로라야. 그렇게 하는 게 좋겠지?"
"네, 좋아요. 엄마."
오
응접실에서는 메그와 조즈, 그리고 하인 한스가 이제서야 제대로 피아노를 막 옮겨 놓은 참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이 커다란 소파는 벽 쪽으로 밀어붙이고, 의자만 빼놓고 나머지 것들은 모두 방 밖으로 내놓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그래, 그게 좋겠어."
"한스, 너는 이 테이블을 모두 끽연실로 옮겨주렴. 그리고 청소기를 가지고 와서 융단에 난 테이블 자국을 말끔히 지워 없애다오- 아, 잠깐만, 한스…"
조즈는 하인들에게 일을 시키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하인들도 그녀가 시키는 것을 잘 따랐다. 그녀는 언제나 하인들에게 무슨 연극배우의 역할이라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곤 했다.
"엄마와 로라한테 빨리 좀 와 주시라고 일러줘."
"네, 네, 조즈 아가씨."
그리고 나서 그녀는 메그 쪽을 돌아보았다.
"피아노 소리가 어떤지 좀 들어봐야겠어. 오늘 오후에 노래하라고 청할지도 모르니까 말야. '세상살이가 괴로워'를 한번 해볼까."
땅! 따르르 따따따! 피아노 소리가 갑자기 격렬하게 울렸다. 그러자 조즈의 얼굴빛이 변했다. 그녀는 두 손을 꼭 움켜쥐고 있었다. 엄마와 로라가 함께 들어왔을 때 그녀의 얼굴은 이상하게 슬픈 표정을 띠고 있었다.
이 세상살이 괴롭다오
눈물과 한숨
사랑도 덧없는 것
이 세상살이 괴롭다오
눈물과 한숨
사랑도 덧없는 것
이제 작별을 고해야지…
그러나 그 '작별'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피아노는 한층 더 힘차고 애절한 소리로 울렸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은 갑자기 활짝 피어나 노래 가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미소를 지었다.
"목소리는 괜찮지요, 엄마?"
그녀는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이 세상살이 괴롭다오
희망도 모두 사라지고,
꿈인가, 현실인가
이때 세이디가 들어왔다.
"왜 그래, 세이디?"
"저, 마나님, 요리사가 샌드위치에 꽂을 작은 깃발이 있는지 묻는데요."
"샌드위치에 꽂을 깃발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세이디?"
세리던 부인은 꿈꾸듯 그 말을 되풀이하였다. 그 얼굴 표정을 보고 아이들은 그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럼, 잠깐 기다려라."
세리던 부인이 분명하게 세이디에게 말했다.
"십 분만 있으면 가지고 가겠다고 요리사에게 말해주렴."
세이디는 방을 나갔다.
"그럼, 로라야."
엄마가 서두르며 말했다.
"나하고 함께 끽연실로 가자. 어디 봉투 뒤엔가 필요한 물품 목록을 적어둔 것 같은데. 그것을 네가 좀 써 줘야겠다. 메그야, 넌 빨리 이층으로 올라가서 그 젖은 머리 좀 다듬으렴. 조즈는 빨리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내 말 들려? 자 어서어서 서둘러야 해. 말을 안 들으면 오늘 밤 아버지께서 돌아오시면 다 일러줄 거야. 그리고… 아차, 깜빡했구나. 조즈야, 넌 주방에 가서 요리사 좀 잘 달래주렴. 오늘 아침은 어쩐지 사람들이 안심이 되질 않는구나."
봉투는 식당 시계 뒤에서 겨우 발견됐다. 하지만 세리던 부인은 그게 어떻게 해서 그런 곳에 들어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틀림없이 너희들 중 누군가가 내 핸드백에서 끄집어냈을 거야. 나는 거기 집어넣은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거든… 크림 치즈에 레모네이드, 이건 다 만들었니?"
"네."
"그리고 달걀하고, 또…"
세리던 부인은 로라의 손에서 봉투를 뺏어서 살펴보았다.
"이건 마치 생쥐라는 글자 같구나. 하지만 쥐일 리는 없는데 말이야."
"달걀하고 올리브예요."
로라가 엄마 어깨 너머로 건너다 보며 말했다.
"그래, 그럼 그렇지. 올리브라는 글자로구나. 정말 괴상한 걸 만들어놓을 뻔했구나. 달걀과 올리브."
겨우 끝내고 나서 로라는 그것을 주방으로 가져갔다. 주방에서는 조즈가 계속 요리사를 달래느라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요리사는 조금도 심통을 부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렇게 기막힌 훌륭한 샌드위치는 아직 구경조차 못해봤어."
조즈가 들떠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종류가 몇 가지나 된다고 그랬지? 열 다섯 가지?"
"네, 열 다섯 가지에요. 아가씨."
"정말 훌륭해요. 고마워요."
요리사는 기다란 샌드위치 칼로 빵 부스러기를 긁어 모으며 활짝 웃었다.
"고드버 상점에서 사람이 왔어요."
세이디가 대기실에서 나오며 말했다. 창 밑을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드디어 슈크림이 도착한 것이다. 고드버는 슈크림으로 잘 알려진 가게였다. 이런 것을 집에서 만든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봐, 세이디. 그걸 날라다가 테이블 위에 놓아주렴."
요리사가 지시했다.
세이디는 슈크림을 날라놓고 문간 쪽으로 돌아갔다. 물론 로라나 조즈 모두 이제 어린애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을 달라고 조르지는 않았다. 그래도 역시 슈크림 쪽으로 눈이 자꾸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정말 맛있을 거야… 요리사는 그것을 가지런히 놓으면서 여분으로 붙어 있는 설탕을 모두 털어냈다.
"파티 끝나면 이걸 모두 자기 집으로 가져가는 것 아닐까?"
로라가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조스가 대꾸했다. 현실주의자인 조즈는 그걸 다른 집으로 가져간다고 생각하니 탐탁치 않았다.
"정말 예쁘고 부풀어 있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아가씨들, 하나씩 먹어 보세요."
요리사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는 모르실 거예요."
어머, 정말 이걸 먹을 수는 없어. 아침식사를 막 끝냈는데 또다시 슈크림을 먹다니, 생각만 해도 속이 거북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이 분 뒤에는 조즈와 로라 모두 크림이 묻은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 거품이 알맞게 인 맛있는 크림을 맛볼 때에만 볼 수 있는 표정, 먹은 것에 마음이 황홀해진 그런 눈빛이었다.
"우리, 뒤꼍 정원으로 나가보지 않을래?"
로라가 말을 꺼냈다.
"천막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고 싶어. 그 인부들 말이야, 정말 멋있는 사람들이야."
그러나 뒤꼍에는 요리사, 세이디, 고드버의 점원, 게다가 한스까지 모두 모여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나, 저런, 저런, 저런…"
요리사는 놀란 암탉 같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세이디는 이빨이 아픈 사람처럼 두 손을 양 볼에 대고 서 있었다.
한스의 얼굴은 뭔가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처럼 찌푸린 표정이었다. 고드버 상점의 점원만이 재미있어 하는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이야기를 끄집어낸 당사자가 이 사람인 모양이다.
음
"도대체 왜들 그래? 무슨 일이 생긴 거야?"
"끔찍한 일이 생겼답니다."
요리사가 말했다.
"사람이 죽었대요."
"사람이 죽었다고? 어디서? 왜? 언제?"
고드버 상점 점원은 자기가 꺼낸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끼어 들어 설명하는 것을 그대로 놔두지 않았다.
"아가씨, 요 아래 작은 오두막집들이 모여 있는 곳을 아세요?"
"알고 있느냐고?" 물론 그녀는 알고 있었다.
"거기에 스코트라고 하는 젊은 마차꾼이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아침 호크 거리 모퉁이에서 이 놈의 말이 말씀입니다… 견인차를 보고 놀라서 뛰는 바람에, 그 불쌍한 스코트가 떨어져서 길에 뒤통수가 부딪혀 죽었어요!"
"죽었다구요?"
로라는 고드버 상점의 점원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달려가서 안아 일으켰을 때는 벌써 죽어 있었답니다."
점원은 흥미진진하다는 듯 이야기했다.
"제가 여기 올 때 마침 사람들이 시체를 집으로 옮기고 있더군요."
그리고 점원은 요리사를 보며 말했다.
"마누라와 어린것들을 다섯이나 남겨두고 죽었으니 말이에요."
"조즈, 이리 좀 와."
로라는 언니의 소매를 붙들고 주방을 거쳐 녹색의 니스를 바른 문 저쪽까지 그녀를 끌고 갔다. 거기에서 로라는 발걸음을 멈추고 문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조즈. 죄다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닐까?"
"죄다 그만둔다고, 로라?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조즈는 놀라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야 물론 가든파티를 그만두자는 거야."
조즈는 왜 이걸 모르는 척하는 걸까? 그러나 조즈는 점점 더 놀라는 모양이었다.
"가든파티를 그만둔다고? 이봐 로라, 어쩜 그런 바보 같은 소리를 할 수 있니? 물론 그런 짓은 할 수 없어. 아무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있어.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면 안돼."
"하지만 바로 대문 앞에 사는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가든파티를 할 수 있어?"
사실 그것은 황당한 일이었다. 그 작은 오두막집은 이 저택으로 통하는 가파른 고갯길 아래쪽 골목에 모여 있었다. 그 집들과 이 저택 사이에는 꽤 넓은 길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그 오두막집들은 정말 눈에 거슬렸다. 이를테면 이 근방에 있을 권리가 전혀 없는 집들인 셈이었다.
갈색 비슷한 옅은 초콜렛 색으로 페인트를 엉성하게 칠한, 작고 초라한 집들이었다. 좁은 뜰에는 양배추 잎사귀와 말라빠진 닭, 빈 토마토 깡통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마저 가난에 찌들어 기운이 없는 것 같았다. 누더기를 연상시키는 그 가냘픈 연기는 세리던 가문의 굴뚝에서 힘차게 솟아나는 커다란 은빛 깃털 같은 연기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
그 골목에는 빨래하는 여자, 굴뚝장이, 구두 수선공, 그리고 집 정면의 벽 가득히 작은 새장을 걸어 놓고 파는 남자가 살고 있었다. 아이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세리던 가문의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그곳이 출입금지 지역으로 정해져 있었다. 말투가 상스럽고 게다가 무슨 병을 옮겨올지도 모른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조금 더 자라고 나서, 로라와 로리는 산보를 하면서 몇 번 그곳을 지나치곤 했다. 사실 불쾌하고 더러운 곳이었다. 그들은 몸서리를 치면서 그 길을 빠져 나왔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사람이란 어디든지 가보고, 될 수 있으면 이것저것 경험해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 길을 지나가곤 했다.
"이봐, 생각을 좀 해봐. 그 불쌍한 여자가 우리 집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소리를 들으면 도대체 기분이 어떻겠어? 생각해봐."
로라가 말했다.
"하지만, 로라!"
조즈는 드디어 정색을 하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만약 누군가 사람이 사고를 낼 때마다 악대의 연주를 그만둔다면 정말 평생 동안 어떻게 살겠어? 나도 역시 너처럼 그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해. 사실 동정하고 있단 말이야."
야
그녀의 눈이 험악해졌다. 그녀가 동생을 바라보는 눈초리는 그들이 더 어렸을 때 자주 싸우던 모습 그대로였다.
"그렇게 감상적이 된다고 해서 그 주정뱅이 마차꾼이 되살아나지는 않아."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주정뱅이라고! 누가 그 사람이 주정뱅이라고 말했어?"
로라는 화를 내며 조즈한테 대들었다. 그녀는 그들이 이렇게 싸울 때마다 자주 말하던 옛날 입버릇을 다시 끄집어냈다.
"엄마한테 가서 일러주고 말 거야."
"그래, 얼마든지 이르렴."
조즈는 비둘기처럼 입을 삐쭉 내밀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방에 들어가도 돼요?…"
로라는 커다란 유리 문의 손잡이를 돌렸다.
"오냐, 들어오렴. 아니 어떻게 된 거야, 얼굴빛이 왜 그러니?"
세리던 부인은 이렇게 말하며 화장대로부터 몸을 홱 돌렸다. 그녀는 지금 막 새 모자를 써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엄마. 지금 막 사람이 죽었대요."
로라는 말을 끄집어냈다.
"설마 우리 집 정원에서 그런 건 아니겠지?"
엄마가 로라의 말을 막았다.
"그런 건 아니에요."
"얜, 정말 사람 좀 놀라게 하지 말아라."
세리던 부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커다란 모자를 벗어서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엄마, 내 말 좀 들어봐요."
로라는 말했다. 그리고 숨이 차서, 목이 꽉 메인 것처럼 그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니 가든파티 따위는 당연히 할 수 없잖아요!"
그녀는 애원하듯이 말했다.
"악단랑 사람들이 많이 오잖아요? 그러니 틀림없이 언덕 아래 사는 사람들에게도 그 소리가 들릴 거예요, 엄마. 우리 바로 이웃에 사는 그 사람들에게 말이에요."
로라는 엄마의 태도가 조즈와 똑같은 데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엄마가 이걸 무척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서 더욱 견딜 수 없었다. 로라의 말을 조금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얘야. 우리 좀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꾸나. 우리들이 그 이야기를 들은 것은 그저 우연일 뿐이야. 만일 누군가 그 동네에서 그냥 평범하게 죽었다면 - 저렇게 누추한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만 - 파티는 역시 그대로 열리지 않겠니?"
로라는 그 말에는 그냥 '네' 하고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이것도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다. 그녀는 엄마의 소파에 앉아 쿠션의 술을 만지작거렸다.
"엄마, 우리가 정말 지나친 짓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그녀는 다시 물었다.
"어머, 얘는…"
세리던 부인은 모자를 손에 들고 일어서서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로라가 미처 막을 사이도 없이 엄마는 그 모자를 불쑥 머리에 씌웠다.
"어때?"
엄마가 말했다.
"그 모자는 너에게 주마. 꼭 맞춘 것처럼 너한테 잘 어울리는구나. 내게는 너무 요란스러워서… 정말 그림처럼 예쁘기도 하지, 어디 한 번 거울에 비춰보렴. 한번 봐."
그녀는 손거울을 들고 비춰 주었다.
"하지만 엄마."
로라는 다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 따위는 보기도 싫었다.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거울을 외면했다.
이번에는 세리던 부인도 화를 내며 아까 조즈와 마찬가지로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넌 정말 바보 같은 소리만 하는구나, 로라."
그녀는 쌀쌀하게 말했다.
"저런 사람들은 우리가 희생을 해주어도 거기에 대해서 생각도 하지 않아. 너는 지금 다른 사람들의 즐거움을 모두 짓밟으려고 하고 있어. 그게 정말 동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건 옳지 않아."
"저는 잘 모르겠어요."
로라는 말했다. 그리고 서둘러 방을 나와 자기 침실로 들어갔다. 거기서 정말 우연히, 그녀의 눈에 먼저 띈 것은 거울에 비친 아름다운 아가씨의 모습이었다. 황금빛 데이지와 검고 긴 빌로드 리본이 달린 모자를 쓴 아름다운 소녀, 그것이 자신의 모습이었다.
자신의 모습이 이렇게 아름답게 보이리라고는 전에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엄마가 말한 것처럼 나는 정말 그렇게 예쁜 걸까? 그녀는 생각했다. 사실 아름다워지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엄마한테 한 말은 정말 엉뚱한 것일까.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짧은 순간, 그녀는 다시 저 가엾은 여자랑 어린애들, 시체가 집으로 운반되어 가는 모습을 다시 한번 머리에 떠올렸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이 훨씬 희미해졌다. 진짜 현실이 아닌, 신문에 나와 있는 사건처럼 희미하고 꿈 같은 것처럼 여겨졌다. 그래, 가든파티가 끝나고 나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그녀는 마음속으로 작정했다. 어쨌든 그렇게 하는 것이 제일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점심식사는 한 시 반에 다 끝나고 두 시 반에는 이미 요란스러운 파티를 할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녹색 윗도리를 입은 악단이 도착하여 테니스 코트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얘, 키티…"
메이틀랜드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사람들 어쩐지 개구리 같지 않니? 저 사람들을 연못 주위에 나란히 세우고 지휘자는 한복판 잎사귀 위에 올려놓으면 정말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로리가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으러 가면서 사람들에게 들뜬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그의 모습을 보고 로라는 아까 그 사건이 다시 머리에 떠올랐다. 그에게 그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다. 만일 로리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 생각이라면 그건 틀림없이 옳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그의 뒤를 따라 현관 홀로 들어갔다.
"로리."
"응?"
그는 계단을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보고 로라의 모습을 발견하자 갑자기 그는 볼을 불룩이면서 눈을 휘둥그렇게 해 보였다.
"야, 이것 참 대단한데! 놀랐어, 로라. 정말 굉장해."
로리는 말했다.
"정말 그 모자 멋지구나."
로라는 "그래?" 하고 중얼거리듯 말하고 미소를 지으며 로리를 올려보았다. 그것 뿐 로라는 결국 오빠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말았다.
곧 이어서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악단이 연주를 시작했다. 임시로 고용한 웨이터들이 집에서 천막으로 부지런히 뛰어다니고 있었다. 어디를 바라보아도 나란히 짝을 지은 사람들이 천천히 거닐고 있거나 허리를 굽혀 꽃을 바라보거나 하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인사를 주고받기도 하며 잔디 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치 명랑한 작은 새들이 어디론가 날아가다가 오늘 저녁 동안만 잠깐 세리던네 정원에 내려와 앉은 것 같았다. 지금부터 이 새는 어디로 날아가는 것일까. 고생이라곤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 손을 맞잡기도 하고, 뺨을 갖다 대기도 하며 혹은 서로 미소를 지으면서 상대의 눈을 바라본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어머, 로라, 정말 예쁘구나!"
"어쩜 그리 모자가 잘 어울릴까."
"로라, 마치 스페인 여자 같구나. 네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 정말 몰랐다."
로라 역시 그런 말을 들으며 완전히 들떠서 상냥하게 대답하곤 했다.
"차는 드셨어요? 아이스크림을 드시지 않겠어요? 시계풀 열매로 만든 얼음과자는 정말 별미랍니다."
이윽고 그녀는 아버지한테 뛰어가서 이렇게 부탁했다.
"아빠, 악사들한테도 뭐 마실 것 좀 갖다주는 게 좋지 않겠어요?"
이윽고 이 그지없이 흥겨운 오후도 서서히 무르익어서 꽃이 피어났다가 다시 서서히 지는 것처럼 드디어 막을 내리게 됐다.
"이렇게 즐거운 가든파티는 처음이에요…"
"정말 훌륭한 잔치였어요!"
"정말 대단하군요…"
로라는 엄마를 도와서 사람들을 배웅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두 모녀는 사람들이 완전히 다 돌아갈 때까지 현관에 나란히 서 있었다.
"이제 끝났다. 모두 끝났어, 휴."
세리던 부인이 말했다.
"로라야, 다른 사람들도 오라고 해라. 우리끼리 커피라도 끓여서 마시자꾸나. 아아 피곤해. 하지만 정말 대성공이야. 가든파티라, 하지만 원래 가든파티는 딱 질색이야. 뭣 때문에 너희들은 이런 파티 같은 걸 열자고 그러는지 모르겠더라."
가족 모두 텅 빈 천막 안에 둘러앉았다.
"아빠, 샌드위치 드실래요? 거기 글씨는 제가 그린 거예요."
"얘야, 고맙다."
세리던 씨는 샌드위치를 하나 집어들고 한 입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나서 한 조각을 더 먹으면서 그는 말했다.
"너희들은 오늘 끔찍한 일이 생긴 걸 몰랐겠지?"
"그런데 알고 있었어요."
세리던 부인은 손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알고 있었어요. 그것 때문에 하마터면 가든파티를 중지할 뻔했지 뭐에요. 로라가 막무가내로 가든파티를 연기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지 뭐예요."
"어머, 엄마는…"
로라는 그 일로 더 이상 놀림감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말 끔찍한 일이야."
세리던 씨가 다시 말했다.
"게다가 그 남자는 혼자가 아니었어. 바로 아래 골목에 살고 있었는데, 아내와 아이가 여섯이나 있다는 거지 뭐냐."
갑자기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세리던 부인은 안절부절하면서 손으로 컵을 만지작거렸다. 저 사람은 왜 저리도 눈치도 없이 그런 이야기를 꺼낸 것일까…
세리던 부인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눈앞의 테이블에 샌드위치, 과자, 슈크림 등 손도 안 댄 음식들이 가득 남아 있었다. 이대로 두면 어차피 버릴 수밖에 없다. 그녀는 그럴듯한 생각이 떠올랐다.
"좋은 생각이 있어."
그녀는 말했다.
"바구니를 가져오렴. 그 불쌍한 사람들에게 이 맛있는 음식을 보내주자. 어쨌든 그 집 아이들은 무척 좋아할 거야. 그렇지 않니? 그리고 틀림없이 이웃사람들도 몰려들어 법석일 텐데… 그런 때 음식이 준비되어 있다면 아주 안성맞춤이겠지, 로라!"
세리던 부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계단 밑 선반에서 큰 바구니를 가지고 오렴."
"하지만 엄마, 그게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로라가 물었다.
또 한 번 이상하게 느낀 것이지만, 그녀는 자기 혼자만 다른 사람들과 의견이 다른 것 같은 느낌이었다. 파티에서 먹고 남은 음식을 그 사람들에게 주다니, 저 가엾은 사람이 과연 이런 것을 고마워할까?
"물론이야. 오늘은 네가 좀 이상한 것 같구나. 한두 시간 전에는 그 사람들을 무척 동정하는 말을 하면서 고집을 부리더니."
"좋아요."
로라는 바구니를 가지러 뛰어갔다. 바구니는 금방 가득 찼다. 엄마는 직접 음식을 산더미처럼 바구니 안에 담았다.
"네가 이걸 가지고 가렴."
세리던 부인은 말했다.
"지금 그대로 빨리 갔다 오렴. 아, 그리고 잠깐 기다려. 이 빨간 칸나 백합꽃도 가져다 줘라. 저런 계층의 사람들은 칸나 백합꽃을 보면 무척 감격할 거야."
"하지만 꽃의 가지 때문에 로라의 레이스 옷이 더럽혀질 거에요."
현실주의자인 조즈가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마침 알맞게 잘 말해 주었다. 그럼 로라야, 바구니만 가져가렴."
엄마는 그녀를 따라 천막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로라야, 절대로…"
"무슨 얘기예요, 엄마?"
"아니, 이런 얘기는 너희 같은 어린아이들에게는 들려주지 않는 게 좋겠어. 아무 것도 아니다. 빨랑 다녀와야 한다."
로라가 밖으로 나가 정원의 문을 닫았을 때는 이미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커다란 개가 그림자처럼 달려갔다. 길게 뻗은 길은 하얗게 빛나고 아래 우묵한 곳에 작고 엉성한 집들이 어두운 그림자를 이루어 모여 있었다. 오후의 파티 다음에 찾아오는 적막한 느낌이 깊고 깊었다.
'나는 지금부터 언덕을 내려가서 죽은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어쩐지 그것이 사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 때문일까?'
그녀는 잠깐 걸음을 멈추었다. 아직도 그녀의 몸에는 사람들이 해준 키스, 떠들어대는 목소리, 스푼이 달그락거리는 소리, 웃음소리, 발에 밟힌 풀 냄새 따위가 짙게 배어 있는 느낌이었다. 다른 것이 여기 끼어들 여지는 전혀 없다.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그녀는 검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머리에는 '정말 멋진 파티였다'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큰길을 가로질렀다. 어두침침한 샛길로 접어들자 공기가 매캐하고 더 어두운 것 같았다. 어깨에 숄을 걸친 여인과 스코트 천 모자를 쓴 남자들이 바쁘게 걷고 있었다. 어떤 남자들은 계단 난간에 몸을 기대고 있었고, 아이들은 문 밖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비좁고 누추한 움막 같은 집에서 사람들이 낮게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몇몇 집에는 등불이 가물거리고, 사람의 그림자가 마치 게처럼 창가에 어른거렸다.
로라는 고개를 숙인 채 급히 그곳을 지나갔다. 그녀는 '코트를 입고 왔으면 좋았을 걸'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랬으면 내 옷이 얼마나 더 멋지게 보일 것인가. 거기에 빌로드 리본이 달린 그 큰 모자 - 그것을 썼더라면 더욱 좋았을 거야. 이 사람들은 지금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일까. 그래, 틀림없이 보고 있을 것이다. 여기 온 것이 잘못이었어… 그것이 잘못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이 집이 그 집인 것이다.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대문 밖에는 사람들이 검은 그림자를 이루며 모여 있었다. 문 옆에 꼬부라진 할머니 한 사람이 소나무 지팡이를 짚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할머니는 신문지를 깔고 거기 발을 얹어 놓고 있었다. 로라가 가까이 가자, 사람들의 말소리가 그쳤다. 사람들은 재빨리 길을 터주었다. 마치 그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녀가 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로라는 마음이 몹시 조마조마했다. 빌로드 리본을 어깨 위로 활기차게 젖히면서 그녀는 옆에 서 있는 여인에게 물었다.
"이 집이 스코트 씨 댁인가요?"
그녀는 야릇한 미소를 띠며 "네, 그래요. 아가씨" 하고 말했다.
아아, 여기서 빨리 도망치고 싶다. 그녀는 문 안으로 쭉 이어진 뜰안 길을 걸어가 문을 두드리며 "하나님, 도와주세요" 하고 소리내어 말했다. 이상스럽게 훑어보는 이 사람들의 눈초리에서 도망치고 싶다. 어디건, 이 여인들의 숄 아래라도 좋으니 숨어버리고 싶었다. '바구니만 전해주면 금방 돌아가야지' 그녀는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바구니를 열어볼 때까지 기다릴 생각도 전혀 없었다.
그때 문이 열렸다. 검은 상복을 입은 몸집이 작은 여자가 침침한 어둠 속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로라는 "스코트 씨 부인이세요?" 하고 물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여자는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고 말했다.
"자, 아가씨 어서 들어오세요."
그리고 로라를 안으로 안내는 그녀는 좁은 복도에 갇히고 말았다.
"아니 괜찮아요. 안에까지 들어갈 필요는 없어요. 다만 이 바구니만 전해드리면 되거든요. 저희 엄마가 보내셔서…"
그러나 어두운 복도에 서 있던 몸집이 작은 그 여인은 이 말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자,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그녀의 부드러운 말투 때문에 로라는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그녀는 희미한 등불이 비치고 있는, 지저분하고 천정이 낮은 좁은 부엌에 들어와 있었다. 난로 앞에는 한 여인이 앉아 있었다.
"엠마."
로라를 안내한 작은 몸집의 여인이 말했다.
"엠마! 아가씨가 왔어."
몸집이 작은 여인이 로라 쪽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의미 심장하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저 애의 언니 되는 사람입니다. 저 애의 실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어머,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저는 괜찮아요… 저는, 저는 그냥 이것을 전하러 왔을 뿐이니까요…"
그때 난로 앞에 있던 여인이 몸을 휙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은 벌겋게 부어 있었다. 눈이나 입술 등이 부르터 있어 보기에도 무서웠다. 그녀는 로라가 어째서 그곳에 찾아왔는지 알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무슨 까닭일까. 도대체 무슨 일로 이 낯선 여자가 바구니를 들고 부엌에 서 있는 것일까.
그녀의 가련한 얼굴은 또다시 일그러졌다.
"괜찮아요."
또 한 사람의 여인이 말했다.
"제가 대신 아가씨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죠."
그리고 다시 한 번 그녀가 말했다.
"제발 저 애의 실례를 용서해 주세요."
그녀는 부석부석 부어 있는 얼굴에 억지로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
로라는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이곳에서 도망쳐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녀는 다시 복도로 나왔다. 갑자기 문이 열렸다. 그녀는 그대로 침실로 들어갔다. 죽은 남자가 눕혀져 있는 방이었다.
"잠깐만요, 저 사람을 좀 보고 가시지 않겠어요?"
엠마의 언니는 그렇게 말하며 로라의 옆을 빠져나가 침대 가까이 갔다.
"아가씨, 전혀 무서워하실 건 없어요."
여인의 부드러운 음성이 어쩐지 장난기가 섞인 것 같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하얀 천을 들쳤다.
"아주 착한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그림처럼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어요. 이리 가까이 와 보세요."
로라는 가까이 다가갔다. 그곳에는 젊은 남자가 깊이 잠들어 있었다. 아주 깊이 잠든 모습이었다. 이승을 떠나 너무 평화롭게 잠들고 있어서 그를 바라보는 두 사람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두 번 다시 깨지 않을 꿈, 머리를 베개에 깊이 파묻고, 눈을 감고서… 그를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그의 눈은 감겨져 있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는 꿈의 세계를 거닐고 있다.
가든파티나 바구니, 레이스 달린 옷 따위는 지금 그에게 아무 상관도 없다. 그는 이런 모든 것들과 작별하고 아주 먼 세상에 가 있는 것이다. 이 사나이야말로 아주 멋있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사람들이 껄껄대며 웃고 있는 동안, 악단이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동안에 이런 놀라운 일이 골목에 기적이 찾아온 것이다. 나는 행복해, 모든 것이 다 그대로 좋은 것이야… 잠들어 있는 얼굴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련도, 할 말도 전혀 없다.
하지만 역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그 사나이에게 뭔가 말을 걸지 않고는 방을 나올 용기가 없었다. 로라는 그만 어린애처럼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런 모자를 쓰고 와서 미안해요."
그녀가 말했다.
이번에는 엠마의 언니를 기다리지 않고 혼자서 그 집을 빠져나와 작은 뜰을 내려가 골목을 지나 검은 사람들의 그림자를 지나쳤다. 골목 모퉁이에서 그녀는 로리를 만났다. 그는 어둠 속에서 앞으로 나왔다.
"로라냐?"
"응."
"엄마가 걱정하고 계셨어. 아무 일도 없었니?"
"응 괜찮아, 아, 로리!"
그녀는 그의 팔을 붙들고 그에게 온몸을 기대었다.
"아니, 울고 있잖아?"
로라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녀는 소리없이 울고 있었던 것이다.
로리는 그녀의 어깨를 껴안았다.
"울 거야 없지 않니?"
그는 다정하고 부드럽게 말했다.
"무서워서 그러는 거야?"
"아, 아니."
로라는 흐느꼈다.
"다만 이상할 뿐이야. 그렇지만 오빠…"
그녀는 발을 멈추고 오빠를 올려다보았다.
"인생이란… 인생이란…"
그녀는 더듬거렸다.
인생이 어떠한 것인지 그녀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오빠는 모든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었던 것이다.
"글쎄, 그런 것이야."
로리는 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