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로
[소개]
프랑스 농촌 사람들의 인색함은 유명하다. 외국보다 자기 나라 지식인들이 비인간적인 경지에 이른 그 인색함을 한탄하고 꼬집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작품의 핵심이 단순히 인간의 인색함을 시비하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본질이란 점에서 요즘 유행보다 훨씬 악질적(?)인 엽기에 가깝지 않을까?
이 작품의 가치를 뭐라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어쩐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의미에서건 정신적인 건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만년의 모파상이 괴기 취미에 빠지고, 정신 이상으로 사망한 것이 이유가 없지 않은 것 같다.
[작가 소개]
모파상(Guy de Maupassant, 1850-1893) : 프랑스의 소설가. 플로베르에게 소설을 배웠다. 1880년 <비게 덩어리>를 발표하면서 일약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여자의 일생> <피에르와 장> 등 장편 외에도 3백편 가량의 단편소설이 있다. 특히 그의 단편소설은 간결한 문장과 군더더기 없는 표현으로 다양한 삶의 단면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앙리 루우종에게
미망인인 르페브르 부인은 이를테면 시골뜨기 아주머니였다. 리본을 제멋대로 달고 술이 달린 모자를 쓰고 싶어하는 서민풍의 시골 아주머니 말이다. 시골 사투리만 쓰는 주제에 사람들 앞에 나서면 괜히 시건방지게 굴었다. 더덕더덕 회칠을 한 것 같은 우스운 겉모양 속에 짐승의 마음을 품고 있는 그런 인물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마치 동상이 걸린 손을 비단 장갑 속에 감춘 것이나 비슷하다.
그녀에게는 하녀가 한 사람 있었다. 로즈라는 이름의 마음씨 좋은 시골 여자였다.
두 여자는 초록색 블라인드가 달린 작은 집에 살고 있었다. 노르망디의 꼬오 지방 중심부의, 한길가에 있는 집이었다.
집 앞에는 자그마한 정원이 있어서 두 사람은 거기에 야채를 조금 심었다.
그런데 어느날 밤, 도둑이 들어 거기서 양파를 두어 개 가량 훔쳐갔다.
도둑이 들었다는 사실을 알자 로즈는 곧장 주인 아주머니에게 뛰어갔다. 아주머니는 모직 스커트만 입은 차림으로 집에서 뛰쳐나왔다. 울고불고, 공포에 떠는 엄청난 소동이 벌어졌다. 세상에나! 도둑이 들어온 것이다. 르페브르 부인 집에 도둑놈이 들어오다니! 그러고 보면 이 지방에 지금 도둑이 날뛰고 있다는 얘기다. 언제 또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두 여자는 벌벌 떨면서 발자국을 조사해보았다. 왁자지껄 떠들어대고 요모조모 머리를 써서 추측도 했다.
"어머, 어머, 이것 좀 봐! 여기서 이렇게 넘어온 거야. 벽에 발을 대고 정원 한가운데로 뛰어내린 거야!"
이런 사실을 생각하자 앞으로가 더 무서웠다. 이제 편하게 잠을 자기는 다 틀렸다.
도둑이 들었다는 소문은 금방 퍼졌다. 마을 사람들이 찾아와 직접 눈으로 도둑이 든 곳을 조사하고, 여러 가지 대책이랍시고 의견들을 내놓았다. 두 여자는 사람들이 올 때마다 자신들이 살펴본 것과 온갖 의견을 떠들어댔다.
근처에 사는 농부가 한 마디 충고했다.
"개를 키우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래, 그래 바로 그거야. 개를 키우면, 개가 눈을 부릅뜨고 지키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커다란 개는 정말 싫다. 그걸 키우다가 도대체 무슨 꼴을 당할지 알 수 없다. 그놈이 먹는 것만 해도 무슨 재주로 감당할 것인가. 그러니까 왕왕 짖어대는 조그마한 껭이라면 또 모르지. 노르망디에서는 '쉬엥(개)'을 '껭'이라고 부른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자 르페브르 부인은 곧 오랜 시간에 걸쳐 개를 가져오는 문제를 토론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볼수록 여러 가지 곤란한 문제들이 연이어서 튀어나왔다. 무엇보다 먼저 개의 밥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밥그릇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럴 때마다 등골이 오싹했다.
이것은 르페브르 부인이 저 인색하기 짝이 없는 시골뜨기 아주머니들과 마찬가지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여자들은 또 특이한 버릇이 있다. 잔돈푼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지나가는 거지에게는 보라는 듯이 인심을 쓰는 것이다. 또한 주일날의 헌금은 단 한 번도 거른 일이 없었다.
로즈는 동물을 좋아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꾀를 내서 될 수 있는 대로 개를 키우는 방향으로 얘기를 몰고 갔다. 그래서 결국 두 여자는 아주 작은 놈으로 개를 한 마리 키우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사방으로 연줄을 대서 개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개가 들어오는 놈들마다 어쩌면 그리도 덩치가 큰지… 수프를 몇 그릇씩 걸신들린 듯 먹어치우는 놈들뿐이었다. 얘기만 들어도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롤르빌리에 사는 어떤 가게 주인이 몸집이 아주 작은 놈을 하나 키우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이 친구는 지금까지 개를 먹인 값으로 오 프랑이나 달라고 요구했다. 르페브르 부인은 그 자리에서 잘라 말했다. 나는 껭을 한 마리 먹여 키울 각오는 하고 있다. 하지만 돈을 내고서 살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자 어느 날 일이 돌아가는 모양을 잘 알고 있던 빵집 주인이 정말 기묘한 동물을 한 마리 데리고 왔다. 조그만하고, 싯누런 짐승이었다. 다리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허리는 악어, 머리는 여우, 꼬리는 부채처럼 넓게 퍼진 기묘한 모양이었다.
이 개는 빵집의 단골 손님이 처분하려는 놈이었다. 그리고 한 푼도 줄 필요가 없었다. 오직 그 이유만으로도 르페브르 부인에게 이 더러운 강아지도 아주 훌륭한 개처럼 보였다. 로즈는 그놈을 품에 안고 이름이 무엇인지 빵집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피에로'라고 부른다는 대답이었다.
두 여자는 우선 개를 빈 비누 상자에 넣고 물을 주어보았다. 개는 마셨다. 다음에는 빵을 한 조각 주었다. 그것도 역시 먹었다. 르페브르 부인은 슬그머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집에 좀 낮이 익으면 풀어놓아 키우지, 뭐. 그럼 여기저기 다니면서 먹을 걸 찾으러 다니겠지!"
그녀는 정말 그렇게 했다. 하지만 풀어놓아 주어도 그놈의 강아지는 항상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게다가 그놈은 자기 몫의 먹이를 요구할 때 외에는 왕왕 짖어대는 법이 없었다. 단, 그렇게 짖어댈 때는 왕왕! 아주 요란하고 맹렬했다.
***
르페브르 부인은 그래도 차츰 그 짐승에게 익숙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애착을 느낄 정도까지 되었다. 어떤 때는 직접 나서서 자기 스튜 국물에 빵 조각을 적셔서 주는 일까지 생기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게 하나 있었다. 세금이었다. 그래서 8 프랑을 내라는 소리를 듣자 - 아주머니, 8 프랑이라굽쇼! - 그녀는 그 끔찍한 사태에 그만 기절할 지경이었다. 세상에 8 프랑이라고! 먹을 걸 달라고 보챌 때 외에는 잘 짖지도 않는 이 조그만 강아지 때문에?
그 자리에서 당장 피에로를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누가 그 개를 맡아줄까? 그 근방 십리 안팎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그 개를 떠맡기를 거절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은 개를 '초가집'으로 보내기로 했다. 초가집으로 보낸다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그 짐승에게 진흙 석회를 먹인다는 얘기다. 그 근방에서 갖다 버리는 개는 모두 이 초가집으로 보내는 것이다.
넓은 들판 한가운데에 오두막 비슷한 초가집이 한 채 보인다. 초가집이라기보다 그냥 땅위에 대충 덮어놓은 움막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적당할 것 같다. 이것이 바로 진흙 석회 갱도의 입구인 것이다. 커다란 구멍이 지하 이십 미터까지 수직으로 뚫려 있다. 그리고 그 밑에 긴 갱도들이 여러 개 갈라져 옆으로 뚫려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 진흙 석회 구멍으로 내려가는 일은 일 년에 딱 한번 있다. 즉 석회를 파내서 땅에 거름으로 쓸 때 뿐이다. 보통 때에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가엾은 개들의 무덤으로 쓰이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 근처를 지나가노라면 구멍에서 호소하는 듯한 울음소리, 미친 듯이 절망적으로 짖어대는 소리, 그리고 슬프게 울어대는 소리가 가끔 들려오곤 했다.
사냥개나 양치기 개도 비명으로 가득 찬 그 구멍 근처에 가면 벌벌 떨면서 도망치기에 바쁘다. 혹시 위에서 내려다보기라도 하면 고기가 썩는, 견딜 수 없이 고약한 악취가 올라온다. 그 구멍 안 어두움 속에서 끔찍한 비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개가 한 마리 그 구멍에 떨어지면 먼저 왔던 동료들의 더러운 시체를 뜯어먹으며 열흘이나 열 이틀쯤 버티게 된다. 그 아래에서 그렇게 끔찍한 고통을 견디고 있노라면 느닷없이 새로운 개 한 마리가 떨어져 온다. 자기보다 더 살도 찌고 힘도 세 보이는 놈이다.
그들은 거기서 서로 마주본다. 단 두 마리 뿐이다. 둘 다 배가 고프다. 그래서 그들은 눈빛을 번들거리며 서로 바라본다. 그들은 서로 틈을 엿보고, 뒷꽁무니를 쫓는다. 하지만 아직 불안해서 결정적으로 대들지는 못한다. 하지만 결국 배고픔이 찾아와 그들을 몰아댄다. 그들은 서로 덤벼들고 오랫동안 사납게 물어뜯으며 싸운다. 좀더 센 놈이 약한 놈을 잡아먹는다. 아직 살아있는 그대로 정신없이 먹어대는 것이다.
피에로를 초가집으로 보내기로 했지만 그 일을 누가 맡아주느냐도 문제였다. 도로를 고치는 인부가 심부름 값으로 십 쑤를 달라고 했지만 터무니없는 얘기였다. 르페브르 부인에게 그것은 어이없고 바보 같은 짓이었다. 옆집 미장이의 조수는 오 쑤만 주면 된다고 했지만 그것도 역시 너무 많았다.
그래서 그들은 결국 직접 피에로를 데려가기로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피에로에게도 좋다는 것이 로즈의 의견이었다. 함부로 취급 당하는 일도 없고 또 자기의 운명을 미리서 짐작하는 일도 없으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날이 어두워지면 둘이 함께 피에로를 데리고 초가집까지 가기로 했다.
그날 밤에는 비록 조금이지만 수프에 버터까지 섞어서 아주 듬뿍 피에로에게 먹였다. 개는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그릇을 다 비웠다. 그리고 무척 기분이 좋은 듯 꼬리를 흔들어댔다. 그러는 피에로를 로즈가 집어들어 앞치마에 싸 안았다.
두 사람은 마치 농작물을 훔치는 사람들처럼 성큼성큼 서둘러 들판을 가로질렀다. 드디어 진흙 석회 구멍이 보였다. 둘은 거기에 닿았다. 르페브르 부인은 구멍 위로 허리를 구부리고 귀를 기울였다. 혹시 안에서 개가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 그러나 조용하다. 그 안에 한 마리도 없는 것이다. 피에로는 혼자 있게 되는 것이다.
로즈는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 그리고 개를 안고 몇 번 볼에 부벼댔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대로 구멍 속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 나서 두 사람은 귀를 바짝 기울이며 구멍 안을 들여다 보았다.
처음에는 뭔가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숨돌릴 틈도 없이 비통한 짧은 외침, 절망적인 울음소리 등이 그 뒤를 따랐다. 버려진 개가 입구 쪽으로 머리를 들고 뭔가 호소하고 있다. 그 애원하는 듯한 소리!
짖는다! 짖어댄다! 아아, 세상에 저렇게 짖어대다니!
두 여자는 등골이 오싹한, 끔찍할 정도로 후회하는 심정에 사로잡혔다.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미칠 것 같은 공포에 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거기서 도망쳤다. 로즈의 발걸음이 더 빨라 르페브르 부인은 목청껏 소리쳤다.
"같이 가! 로즈, 같이 가자니까!"
그날 밤 두 사람은 끔찍한 악몽에 시달렸다.
꿈속에서 르페브르 부인은 식탁에 앉아 수프를 막 먹으려는 참이었다. 그녀가 수프 그릇의 뚜껑을 열자 그 안에 피에로가 앉아 있었다. 피에로는 그녀에게 덤벼들어 코를 물어뜯었다.
그녀는 소스라쳐 놀라 눈을 떴다. 아직도 피에로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귀를 곤두세웠지만 역시 착각일 뿐이었다.
그녀는 다시 잠에 빠졌다. 이번에는 끝없이 멀리 뻗어나간 길에 서 있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그 길을 그녀는 계속 걸었다. 문득 길 한복판에 광주리 하나가 놓여있는 게 눈에 띄었다. 농부들이 흔히 쓰는 그런 커다란 광주리가 하나 길에 버려져 있는 것이다. 그녀는 그 광주리가 무서워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도저히 그 광주리를 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안에 웅크리고 있던 피에로가 역시 그녀의 손을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는 정신없이 뛰었지만 개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여전히 그녀를 물고, 팔에 매달려 축 늘어져 있었다.
날이 훤하게 밝아왔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미친 듯이 바로 그 진흙 석회 구멍으로 달려갔다.
개는 짖고 있었다. 아직도 짖고 있는 것이다. 아마 밤새도록 저렇게 짖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번이나 다정스럽게 개의 이름을 불렀다. 개도 아래에서 그녀에게 대답했다. 온갖 종류의 울음소리를 다 질러댔다. 애정에 가득 찬 그런 소리였다.
르페브르 부인은 다시 한번 강아지를 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는 죽는 최후의 그 순간까지 개를 행복하게 해주리라 마음속 깊이 다짐하고 맹세했다.
그녀는 진흙 석회를 파내는 인부에게 달려갔다. 인부는 평소에 우물을 파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사정 이야기를 다 했다. 그는 말없이 그녀의 얘기를 들었다. 그녀가 얘기를 마치자 그는 입을 열었다.
"껭을 다시 꺼내시려구요? 그럼 먼저 4 프랑을 내세요."
그녀는 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랐다가 내려왔다. 마음의 상처고 뭐고 한꺼번에 다 날아가버렸다.
"4 프랑이라구요? 천만에! 말도 안돼! 4 프랑이라니!"
인부는 대답했다.
"농담하는 게 아니에요. 밧줄이랑 크랭크랑 준비해야 할 게 많다구요. 뭐 하나 빠트릴 수가 없어요. 게다가 우리집 심부름하는 놈도 데려가야 해요. 막상 들어가면 그놈의 강아지가 달려들어 막 물어뜯을 텐데, 어떤 미친 놈이 그 돈도 안 받고 일을 하겠어요? 그렇게 안타까우면 애초에 거기에 집어넣지를 말았어야죠."
그녀는 화가 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세상에… 4 프랑이라니!
집에 돌아오자 그녀는 곧장 로즈를 불렀다. 그리고 우물 파는 인부가 했던 얘기를 들려줬다.
로즈는 항상 그렇듯이 체념을 잘하는 성격이었다. 이번에도 되풀이해서 말했다.
"4 프랑이라니! 원, 아주머니… 아주 큰 돈이군요."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그러느니 차라리 우리가 먹을 것을 피에로에게 던져주는 게 어떨까요? 우리 껭이 그냥 그렇게 죽는 건 너무 가엾잖아요."
르페브르 부인은 그 말을 듣고 무척 기뻐하며 당장 찬성했다. 그리고 곧 커다란 빵 덩어리에 버터를 발라서 품에 안고 둘이서 서둘러 들판을 걸어갔다.
두 사람은 번갈아 그 빵 덩어리를 한 입씩 떼어 피에로에게 던져주며 말을 걸었다. 피에로는 하나씩 던져줄 때마다 냉큼 먹어치우고는 더 달라고 짖어댔다.
두 사람은 저녁에 다시 한번 진흙 석회 구멍으로 갔다. 그 다음날도 갔다. 이런 일이 매일 계속되었다. 두 사람은 매일 거기에 갔다가 오는 것 외에는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빵 조각을 떨어뜨려 주자 갑자기 구멍 저 아래에서 무서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개가 두 마리였다! 누군가 개를 또 한 마리를 버린 것이다. 그것도 아주 큰 놈을 말이다!
로즈가 큰 목소리로 불렀다.
"피에로!"
거기에 대답해 피에로가 짖어댔다. 피에로가 짖고 있었다. 두 사람은 먹을 것을 떨어뜨려 주었다. 그러나 먹을 것을 떨어뜨릴 때마다 아래에서는 개 두 마리가 서로 무섭게 싸우는 소리가 뚜렷하게 들려왔다. 그 뒤를 이어 상대방 개가 물고 늘어지는지, 피에로가 구슬프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먹을 것은 상대방 개가 몽땅 먹어치운 것이다. 그놈이 더 힘이 세니까 어쩔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간절하게 일러주었다.
"피에로, 이건 네가 먹을 것이야!"
하지만 두 사람이 아무리 말해주어도 소용이 없었다. 피에로가 한 조각도 얻어먹지 못할 것이 너무 뻔했다.
두 여자는 어이가 없어서 서로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르페브르 부인이 지겹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른 사람이 버린 개까지 우리가 일일이 먹여 살릴 수야 없잖아? 일에는 항상 포기라는 것이 필요한 법이야!"
그놈의 개들을 모조리 자기 돈으로 키우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르페브르 부인은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녀는 남은 빵을 싸들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 빵을 우물우물 씹어먹었다.
로즈는 파란 앞치마 자락으로 눈물을 닦고 있었다. 눈물을 닦고 또 닦으며 르페브르 부인의 뒤를 따라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