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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존 키이츠(John Keats, 1795~1821) : 영국의 낭만파 시인. 1815년에 <채프먼의 호머를 처음 읽고서>라는 소네트를 써서 유명해졌다. 26세로 요절하기까지 영국 문학사에서 보기 드문 천재로 명성을 떨쳤다. <하이피어리언> <성 애그니스의 저녁> <무자비한 미녀> <나이팅게일 부> 등의 작품을 남겼다.

 


 

 

대지(大地)의 시(詩)

The Poetry of Earth

 

대지(大地)의 시(詩)는 그치는 일이 없다

모든 새들이 뜨거운 태양에 힘을 잃어

서늘한 나무 속에 숨을 때, 하나의 목소리가 울리리니

새로 다듬은 목장의 생울타리에서 생울타리로 뛰어가리라

그건 여치의 울음소리 - 그는 여름의 쾌락에

앞장선다 - 그의 기쁨에는 끝이 없다, 재미에 지쳤을 때는

어딘가 즐거운 잡초 밑에서 편안히 쉴 수 있으니



대지의 시는 그치는 일이 없다

쓸쓸한 겨울 저녁, 서리가

정적을 자아낼 때, 난롯가에서 짝을 지어 울어대는

귀뚜라미의 노래, 점차 열정적으로 울리나니

절반쯤 잠든 사람에게는

어딘가 풀 우거진 언덕 사이의 여치 소리로 들릴 것이니



 

빛나는 별이여
Bright Star


빛나는 별이여

나 또한 너처럼

한결같은 모습이길 바라노라

그러나 너처럼 홀로 빛나면서

밤하늘에 드높이 솟아

자연계의 잠을 잊고 정진하는 은둔자 되리라

인간 세상의 주위를 깨끗이 씻어주는

출렁이는 저 바다 물결

성직자다운 그 행동을

영원히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자 함은 아니니

혹은 산과 황량한 벌판에 사뿐히 내려앉은

백설의 새 단장을 지켜보려는 것도 아니라



아니다, 그건 아니라

나는 오직

보다 더 한결같고, 보다 더 변함 없이

내 아리따운 연인의 무르익은 젖가슴을 베개 삼아

영원히 그 아늑한 축복을 향유하며

영원히 그 감미로운 설레임 가운데 깨어나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내 연인의 고운 숨결 들으며

나 영원토록 살고자 함이라

그렇게 못할 바에는 차라리 나 여기에

아련히 숨을 거두고 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