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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am Wordsworth


[작가 소개]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1770-1850) : 영국의 낭만파 시인. 콜리지와 함께 <서정민요시집>을 펴내 영국 낭만파의 횃불을 쳐든 것으로 평가된다. 호수 지역으로 유명한 그래스미어에 살면서 '소박한 생활과 고차원의 사색'을 추구했다. 평범한 소재를 일상 생활의 언어로 꾸밈없이 다룬 작품이 많다.


 

 

수선화

The Daffodils

 

나는 외로이 헤매었네 마치

하늘 높이 골짜기와 산 위를 떠도는 구름처럼

문득 나는 보았네 수없이 많은

금빛 수선화가

호숫가 나무숲 아래

산들바람에 흔들거리며 춤추는 것을




은하수 가운데서 반짝이는

저 별들처럼 결코 멈추지 않고

수선화들은 호숫가를 따라 줄을 지어서

끝없이 저 멀리 피어 있었다네

그 순간 나는 보았네 수만 송이 수선화

흥겹게 고개 끄덕이며 춤추는 것을.




그들 옆에서 호수도 물결치며 춤춘다 그러나

흥겨워하는 모습이 어찌 수선화를 앞서랴

시인이 어찌 유쾌하지 않으랴

나는 보고 또 보았다, 그러나 이런 광경이

내게 얼마나 값진 것을 주었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이따금 멍해지고, 아니면 깊이 생각에 잠겨

긴 소파에 누워 있을 때

수선화들은 다시 내 눈앞에서 반짝인다

고독한 축복을 누리는 내 마음의 눈에;

그러면 내 마음 또 기쁨에 넘쳐

수선화와 함께 춤을 추노라


 

 

외로운 추수꾼

The Solitary Reaper

 

 

보라, 들 가운데 홀로

추수하며 노래하는

저 외로운 고원의 처녀를!

걸음을 멈춰라, 아니면 차라리 조용히 지나가라!

그녀 홀로 곡식을 베고 묶으며

구슬픈 노래 부르니 ;

오 들으라! 깊은 골짜기마다

노래소리 넘쳐 흐르네



아라비아 사막

지쳐 어느 그늘에서 휴식하는 여행객의 무리들도,

이보다 더 환영해주는

나이팅게일의 노래 들은 적 없으리라 :

머나먼 헤브리디즈의 섬들 사이를

바다의 적막을 깨뜨리며 나는

봄의 꾀꼬리들도 이렇게

영감 가득찬 노래 부른 적 없나니



아무도 말해줄 이 없는가, 지금 그녀가 무엇을 노래하는지?

어쩌면 저 구슬픈 노래는

먼 옛날의 불행했던 어떤 사건

오래된 전쟁의 이야기를 읊는 것인지도 모른다 :

아니면 그보다 더 가까운 노래,

요사이 있었던 어떤 일일까?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또다시 있을지 모르는

피할 수 없는 어떤 슬픔, 어떤 상실감, 어떤 고통일까?



무엇을 노래하건, 그 처녀는 노래했다

그 노래에 마치 끝이란 없다는 듯 ;

나는 그녀가 일을 하며

낫을 들고 몸을 구부리며 노래부르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귀를 기울였다, 꼼짝도 하지 않고 조용히 ;

그리고, 내가 언덕 위로 올라가고,

그 노래 소리 들리지 않은지 오래건만

그 노래는 내 마음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편집자 주 : 워즈워스가 스코틀랜드 고원 지방을 여행할 때 어느 시골 처녀가 노래하는 것을 듣고 쓴 시. 그녀가 노래하는 내용을 시인이 알아듣지 못한 것은 그것이 스코틀랜드 언어인 게일 언어(Gaelic)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람들과 떨어져 살았네

She Dwelt Among The Untrodden Ways

 

 

그녀는 사람들과 떨어져 살았네

    도브 강이 시작되는 바로 그곳

사랑을 고백하는 사람 하나도 없는 그녀

    사랑할 대상조차 거의 없는 그녀

 

이끼 낀 돌 옆의 오랑캐꽃

    사람들 눈에서 반쯤 가리워진 그 꽃!

-하늘에 빛나는 단 하나의 별처럼 아름답네

    그렇게 하늘에서 빛나는 것 같구나

 

그녀는 그렇게 알려지지 않고 살았네,

    그녀, 루시가 언제 죽었는지조차 거의 모른다네

하지만, 어쩌랴, 그녀가 무덤에 묻히니

    내게는 온세상이 변하고 말았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