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 Frost
[작가 소개]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5-1963) : 미국 시인. 샌프란시스코 출생. 1912년 영국으로 건너가 <소년의 의지> <보스톤의 북쪽> 등을 출판해 재능을 인정받았다. 1915년 미국으로 돌아와 하버드대학 교수가 되었으며 퓰리쳐 상을 4번 수상했다.
눈 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
여기 이 숲이 누구의 것인지 나는 알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집은 마을에 있어;
내가 지금 그의 숲에 눈이 덮이는 것을 보려고
여기 멈춰선 것을 그는 알지 못하리라
내 작은 말도 필경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가까운 곳에 농가도 없는 이 곳에 멈추는 이유를.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서
한 해 가운데서도 가장 어두운 이 저녁에.
말은 방울을 짤랑 흔들어본다
무슨 잘못된 것이라도 있는지.
무슨 다른 소리라곤 오직 느린 바람에
솜털 같은 눈송이가 휩쓸리는 소리뿐.
숲은 사랑스럽고 어둡고 깊다.
그러나 나는 지켜야 하는 약속이 있고
잠들기 전에 몇 마일을 더 가야 한다
잠들기 전에 몇 마일을 더 가야 한다.
가지 못한 길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하나뿐인 나그네 몸으로 두 길을 다 가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그곳에 서서
덤불 속으로 한 쪽 길이 감돌아간 저 끝까지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쪽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에 못지 않게 아름답고
어쩌면 이 길이 더 나을 것 같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밟은 흔적은 다 비숫했지만 이 길은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의 발길을 기다리는 듯해서였습니다.
그날 아침 두 길은 모두 아직
발자국에 더렵혀지지 않은 낙엽에 덮여 있었습니다.
다른 길은 언젠가 가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다시 돌아오기 어려우리라 알고 있었지만.
먼먼 훗날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노라고
나는 사람이 덜 다닌 길을 택했노라고.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을 이렇게 바꿔 놓았다"고 말입니다.